"나는 괜찮은데 (박)철우가 아무래도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이 프로배구 챔피언 결정전을 앞두고 사위 박철우에 대한 근심을 드러냈다. 박철우는 2세 탄생이 눈앞이라 경기 외에도 신경을 쏟을 수 밖에 없었다. 아내의 출산 예정일이 28일이라 언제라도 진통이 올 수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신 감독의 걱정이 조금씩 누그러졌다. 라이트 박철우가 제 몫을 다해 '예비 아빠'의 힘을 톡톡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삼성화재가 2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2~13 NH농협 V리그 챔피언 결정전 5전3선승제의 1차전 대한항공과 경기에서 3-1(23-25 25-20 25-18 25-22) 역전승을 거뒀다.
결정적인 순간 고공 스파이크를 내려 꽂은 박철우는 12점, 공격성공률 70.59%를 기록하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4세트 들어 레오(43점)가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자 박철우는 5점을 뽑아내는 등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냈다. 삼성화재는 이날 승리로 올 시즌 대한항공전 7전 전승 행진을 이어갔다.
삼성화재는 1세트 23-21로 앞서갔지만 레오의 범실을 시작으로 4점을 헌납해 무너졌다. 그러나 2세트 들어 제 리듬을 찾기 시작했다. 레오가 13점, 공격성공률 85.71%로 높이 날았다. 박철우도 후위 공격으로 3점을 올리면서 좌우 쌍포의 위력이 빛을 발했다.
3, 4세트에서는 범실이 승부를 갈랐다. 삼성화재는 3세트 범실 2개에 그쳤지만 대한항공은 9개로 자멸했다. 4세트 20-20 팽팽한 흐름에서도 박철우의 오픈 공격으로 삼성화재가 흐름을 뺏어왔다. 대한항공의 범실도 한몫 했다. 한선수와 곽승석의 호흡이 맞지 않아 2점 차로 벌어진 것. 또 23-22로 삼성화재가 앞선 상황에서 김학민의 연속 범실이 나와 손쉽게 승리를 챙겼다.
신 감독은 "(박)철우가 잘 해줬다. 나무랄 게 없다. 다만 블로킹이 전혀 되지 않아 아쉽다"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아내의 유산으로 마음 고생이 심했던 박철우는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 꼭 우승해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다"며 활짝 웃었다.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대행은 "삼성화재가 너무 잘했다. 흐름을 바꾸지 못한 게 패인"이라고 말했다. 챔피언 결정전 2차전은 26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대전=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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