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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형제” 서로 상석 양보하다 나란히 앉아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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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형제” 서로 상석 양보하다 나란히 앉아 기도

입력
2013.03.2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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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 교황이 포옹하는 희귀한 장면이 연출됐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23일 전임 베네딕토 16세 명예교황이 사는 별장을 찾았다. 새 교황 프란치스코가 탄생한 지 10일만이다. 가톨릭 역사상 생존 교황이 사퇴한 경우는 있지만 전∙현임 교황이 만났다는 공식 기록은 없다. 1294년 스스로 물러난 교황 첼레스티노 5세는 후임 보니파시오 8세에 의해 성에 갇히다시피 해 여생을 보냈다.

이와 달리 프란치스코와 베네틱토 16세의 만남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헬리콥터를 이용해 로마에서 동남쪽으로 24㎞ 떨어진 카스텔 간돌포에 있는 명예교황의 별장을 찾았다. 헬리콥터 착륙장까지 마중 나온 베네딕토 16세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반갑게 끌어안고 인사했다.

이후 가진 미사에서 베네딕토 16세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상석인 제단 옆 무릎 방석에 앉기를 권하자 프란치스코는 “우리는 형제”라며 극구 사양해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기도했다. 미사를 마친 후 두 사람은 명예교황의 도서실에서 약 45분간 둘이서만 이야기한 뒤 비서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두 교황의 만남은 매우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졌다”며 “전임 교황이 신임 교황에게 절대 순명을 맹세했고 신임 교황은 전임 교황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사적으로 나눈 대화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BBC방송은 지난해 가톨릭 최상층의 부패와 권력 투쟁을 폭로한 바티리크스에 관련된 일급 비밀들이 신임 교황에게 전달됐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날 카스텔 간돌포 별장 광장에는 전∙현임 교황이 회동하는 역사적 장면을 보기 위해 수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몰려들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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