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려는 노력을 소홀히 한 대학 탓에 올해 해당 학교 학생들이 지난해보다 국가장학금 혜택을 덜 받게 됐다. 대학들이 등록금을 찔끔 내리거나 자체 장학금을 늘리지 않아 국가장학금 Ⅱ유형에 책정된 정부 예산 중 절반 정도만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도입된 국가장학금 II유형은, 각 대학의 등록금 인하율과 자체 장학금 증가액에 연동해 장학금을 배정하는 제도다.
24일 민주통합당 유기홍 의원과 진보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가장학금 Ⅱ유형에 책정된 예산은 6,000억원으로 이중 절반 정도인 3,349억원(55.8%)만 288개 대학이 받아갔다. 지난해는 7,500억원 배정예산 중 7,007억원(93.4%)을 335개 대학이 받아갔다.
이는 대학들이 재정난을 이유로 등록금 인하노력을 하지 않고 자체 장학금도 거의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평균 대학 등록금 인하율은 4.79%였지만, 올해는 0.55%에 불과하다. 자체 장학금은 지난해 3,677억원 늘어난 반면, 올해는 949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장학금을 한 푼도 확충하지 않은 대학도 91곳이나 된다. 올해 정부가 책정한 예산의 절반도 못 받아간 대학은 지난해(54개)보다 91곳 늘어난 145개교였다.
지난해 학생 1인당 평균 등록금이 높았던 상위 30개 4년제 대학중 전체 대학의 평균(55.8%)만큼도 받지 못한 대학은 연세대 건국대 등 5곳이었다. 연세대의 경우 올해 등록금을 0.22% 내리고, 자체 장학금을 전혀 늘리지 않아 정부가 책정한 예산의 37.5%만 지원받는다. 지난해보다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금을 10억원 이상 덜 받게된 대학은 건국대, 고려대 등 6곳이다.
올해 국가장학금 Ⅱ유형 신청이 가능한 대학은 318곳이었지만 이중 300개 대학만이 신청했다. 세종대, 조선대 등 15개 대학은 지원자격이 있지만 아예 장학금 신청을 하지 않았다. 신청한 대학중에서도 중앙대, 경북도립대 등 7개 대학은 오히려 등록금을 올렸기 때문에, 부산교대와 부경대 등 5개 대학은 지난해보다 장학금이 줄어들어 탈락했다.
정진후 의원은 "저소득층 학생일수록 장학금 탈락률이 높은 Ⅰ유형 뿐 아니라 대학들의 자체 노력을 전제로 지급되는 Ⅱ유형도 한계가 드러났다"며 "국가장학금은 반값등록금의 대안이 될 수 없는 만큼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제도 도입을 통한 보편적 등록금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기홍 의원실 관계자는 "배정하지 못한 2,700억원 가량의 예산은 올해 상반기 각 대학들의 자체 장학금 확보 노력을 평가해 하반기에 학생들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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