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를 둘러싼 논란이 예사롭지 않다. 부적격 사유로 거론되는 주장의 갈래와 내용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고, 그로 인해 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등 여야 정치권의 대립도 심각하다. 두드러진 이슈는 대형로펌 경력과 막대한 재산, 소득탈루 의혹 등 3가지다. 새 공정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를 이끌어갈 핵심 포스트다. 내정자는 제기된 논란을 직시하고 스스로 입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대형로펌 경력을 둘러싼 논란은 한 내정자가 세법 전문 변호사로 김앤장 등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면서 주로 대기업의 입장을 변호해온 데 맞춰져 있다. 실제 한 내정자는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이 국세청과 공정위 등을 상대로 낸 소송을 대리하기도 했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 "한 후보자가 대기업의 조세불복을 변호하며 재벌 편에 서서 공정위에 맞서 싸운 것을 감안할 때 인사 철회가 마땅하다"며 청문회조차 필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IBM 등 글로벌기업이나 환율 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와 관련한 소송 등에서 김앤장을 상대해야 했던 중소기업인들과 외환은행 노조 등이 내일 한 내정자 반대 기자회견을 하기로 한 것도 경력 시비가 예사롭지 않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한 내정자의 막대한 부의 축척에 대한 반감도 확산되고 있다. 90억 원 이상의 예금을 포함한 100억 원대의 재산, 2종의 최고급 외제차 등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조차 약자 편에서 공정경제질서를 구축해 나가야 하는 직책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과거의 직무나 많은 재산에 대한 반감은 불법적이지 않다면, 도덕적ㆍ정서적 문제에 그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내정자가 2002~2009년 종합소득세 1억9,700여 만원을 2008년과 2011년에 뒤늦게 납부한 사실은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이 일이 일각의 주장처럼 고의적인 소득탈루에 따른 것이라면 공정위원장을 맡겨서도, 맡아서도 안 된다. 한 내정자가 경위를 소상히 밝혀야 함은 물론, 청문회의 초점도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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