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이 사진 걸려고 하면 복받쳐서 벽에 못도 치질 못했네요. 그게 3년이에요."
천안함 폭침으로 숨진 고 박정훈 병장의 아버지 박대석(54ㆍ사진)씨는 장남의 영정 사진을 여전히 집안에 걸지 못하고 있다. 지난 1ㆍ2주기 추모행사가 끝나고 해군으로부터 받은 아들의 영정사진 두 점은 한지에 감싸진 채로 집안 한 켠에 그대로 있었다.
지난 21일 경기 안양시의 작은 절에서 마지막으로 아들을 위한 천도재를 지낸 박씨는 24일 "세 번째 기일이 지나도록 단장지애(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은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는 여전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엔진 등 기관관리를 하는 내연병으로 근무한 고 박 병장은 침몰 20일만에 함미 기관부 침실에서 발견됐다.
박씨는 3년째 거의 매주 대전 현충원을 찾는다. 서울 답십리 집에서 왕복 300㎞가 넘는 거리다. 구입한 지 3년도 안된 차량의 주행거리는 11만㎞를 넘었다. 박씨는 "꿈에서 아들을 보고 싶은데 가족들이 슬퍼하지 말고 잘 지내란 건지 한 번도 안 보였다"고 말했다.
인쇄업을 하는 박씨는 최근 아들을 그리워하다 오자나 색상 감리 실수가 잦아져 수백만원을 날리기도 했다. 그런 날이면 소주를 마시고 들어와 평소에는 눈물이 날까 봐 잘 안 가던 아들 방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여전히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 고혈압에 시달리는 그는 1년 전쯤 허전함을 달래려 반려견을 집안에 들이기도 했다. 그래도 애틋한 부정(父情)을 가슴에만 담아둘 수 없는지 그의 카카오톡 상태메시지는 '그리움은 돌아오지 않은 이가 있음이요'로 돼 있다.
박씨는 "날 풀리면 아들 방을 정리하면서 '잘 있었나 인마'하며 나를 따라 해군에 간 기특한 아들과 편하게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곧 아들 사진도 벽에 걸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그러나 시간이 지나니 사고 난 날짜도, 아들의 기일(음력 2월 10일)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는 건 마음 아프다"고 덧붙였다.
조리병으로 근무하다 고 박 병장과 같은 곳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고 나현민 상병의 아버지 나재봉(55)씨도 그날의 아픔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 이후 가족 간 대화도 뜸하다"며 "각자 일상으로 돌아온 듯해도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어렵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내가 숨어 지내고 있는 것만 같다"고 털어놨다.
갑판병으로 근무하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한 생존장병 김용현(24ㆍ한신대 특수체육학과 4년ㆍ국가유공자 7급)씨는 제대한 지 2년 8개월이 됐지만 "여전히 전우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고 했다. 김씨의 얼굴 미간에 남은 2cm정도의 흉터는 그날의 참상과 함께 그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처럼 남아 있었다. 그는 처음 보는 사람이 "흉터는 어떻게 생긴 거냐"고 물으면 "아 그냥 다쳤어요"라며 넘겨 버린다고 했다. 더 이상 당시의 공포를 떠올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화약고 같은 서해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안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세태가 개탄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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