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한 절단면을 실제로 보니 아비규환이었을 당시 참상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천안함 침몰 3주기를 사흘 앞둔 23일 오후 3시30분 경기 평택2함대. 두 동강난 천안함을 처음 눈 앞에서 접한 남윤성(23ㆍ성균관대 영상학과 4)씨는 이 순간의 느낌을 잊지 않으려는 듯 곳곳을 카메라에 담았다.
햇살은 포근했지만 바닷바람이 매서운 탓에 겨울 날씨처럼 느껴졌던 이날, 남씨를 비롯한 86명의 청년들은 천안함 46용사의 고귀한 희생을 기렸다. 차가운 바다 속에서 스러져간 용사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껴보려는 듯, 천안함 앞에 선 그들은 찬 바람을 맞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이들은 천안함 침몰 3주기를 맞아 '위메이크코리아'라는 대학생단체가 '청년이 심장으로 기억해야 할 이야기'라는 주제로 마련한 특별 안보캠프에 참여한 보수 성향의 학생들이다. 위메이크코리아는 미래를여는청년포럼, 바른사회대학생연합, 북한인권학생연대, 한국대학생포럼 등 보수성향의 4개 학생단체가 지난달 결성한 협의체다.
이날 평택2함대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한 이들은 이 단체 회원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등 소셜서비스네트워크(SNS)에서 캠프 소식을 듣고 스스로 참여한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아직도 진보 진영이나 대학생 일각에서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를 불신하고 있지만 이들 학생 상당수가 천안함을 찾은 이유는 희생 장병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윤인영(21ㆍ장안대 비즈니스영어과 3)씨는 "천안함의 침몰 원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분분하지만, 그런 논쟁들을 다 떠나서 또래의 장병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념과 사상에 가려져 그들의 희생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씨는 또 "천안함 46용사에게 '절대 당신들을 잊지 않겠다'고 했던 다짐들이 3년 만에 벌써 희미해져 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도 했다.
김지수(23ㆍ이화여대 경제학과 4)씨는 "매체를 통해서만 접했던 천안함을 실제로 보니 내 또래의 장병들이 당시 얼마나 두렵고 고통스러웠을지 마음이 아리다"고 말했다.
원래는 안보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박지희(22ㆍ성신여대 심리학과 2)는 "현장 견학을 통해 천안함을 보니 당시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밤 늦게까지 충남 천안시 상록유스호스텔에서 '북한 인권과 국가 안보'에 대한 토론을 벌인 이들은 다음날 대전현충원으로 향했다.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둘러싸고 추모의 글과 헌정시를 낭독한 뒤 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 전사자들의 묘소도 찾아 30여분간 추모 및 정화활동을 벌였다.
마지막 일정으로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이들은 천안함 침몰 1주기 때 만들었던 곡인 '별 꿈 그리고 약속'이라는 노래와 함께 퍼포먼스를 펼쳤다. 천안함 용사들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담아서다.
위메이크코리아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손세준(28ㆍ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씨는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심지어 3차 핵실험까지 강행하는 현실 속에서 청년에게는 '진보적 사상만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어리석다"며 "이제 대학생들이 우리가 진정 고민해야 할 가치는 무엇이고 그 가치가 왜 중요한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평택ㆍ대전=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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