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의 재회는 반가웠고, 다시 한번 뜨거운 감동을 새겼다. 어느 해보다 추웠던 겨울이었지만 그가 있어서 행복했고 따뜻했다. 빈센트 반 고흐가 뭉클한 잔상을 남기고 아쉽게 작별한다. 마지막 열정을 불살랐던 불후의 역작으로 5년 후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한국일보사 주최로 지난해 11월 8일부터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 '불멸의 화가 Ⅱ-반고흐 in 파리'전이 4개월여의 장기간 전시를 마치고 24일 폐막했다. 이번 전시에는 모두 39만 5,000여명이 찾은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2007년에 개막한 '불멸의 화가-반 고흐'전에 총 82만명이 관람한 후 5년만에 40만 가까이 찾음으로써 반 고흐전에만 120만명 관람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는 국내 미술사상 한 작가의 전시로서는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당분간 깨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전시가 반 고흐 회고전 성격이라면 이번에는 반 고흐가 파리에 머물렀던 2년간 쏟아낸 작품을 조명한 것이었다. 그가 새로운 예술세계에 눈뜨고 인생을 불태우며 그린 60여 점의 유화와 함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미술관이 7년 넘게 집중적으로 연구한 작품 연구결과물들도 함께 선보였다.
특히 유럽밖으로는 처음 나들이하는 '탕귀 영감'은 전시기간 내내 화제였다. 로댕미술관이 소장한 이 작품은 반 고흐가 당시 자신에게 물감과 화구를 대주며 지원해주던 마음씨 좋은 화구상 탕귀 영감을 모델로 하여 그린 것이다. 작품 보험료만 1,500만 달러(약 160억원)에 이른다. 이밖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워 캔버스를 재활용하여 다시 그리거나 캔버스를 작게 잘라 쓴 원작들도 그대로 전시돼 반 고흐의 체취를 그대로 전했다.
이번 전시에는 어린이 손을 잡고 온 젊은 부부와 연인, 가족단위의 관람객이 많았다. 전시장에서 만난 구대회(32)씨는 "반 고흐는 생전에 자신의 그림이 언젠가는 물감값보다 비싸게 될 것이라고 할 정도로 비참한 상황에서도 예술혼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 감동과 교훈을 준다"고 말했다. 또 김기철(72)씨는 "평생 원했던 사랑하는 여인과 가족을 단 한번도 갖지 못한 채 불우한 삶을 살다간 예술천재의 인생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전시를 기획한 전시커미셔너 서순주씨는 "파리 시기에 그린 것은 모두 92점인데 중 60여 점을 한자리에 모으기는 힘든 작업이었다"면서 "그의 대표작을 확인하는 작업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화가로서 내면세계를 여실히 보여줌으로써 그의 작품을 친밀하게 이해하는 자리로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의 화업이 완성된 아를르, 생 레미, 오베르 시기에 그렸던 '별이 빛나는 밤에''반 고흐의 방'등 대표적인 걸작들을 아우르는 작품으로 5년후 기획전을 꾸밀 계획"이라며 "반 고흐 최후 시기의 열정을 담는다는 의미에서 제목도 '마지막 열정'(Last Passion)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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