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혐의를 받다 도피했던 두산가(家) 4세 박중원(45)씨가 4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21일 밤 9시30분쯤 송파구 잠실동의 한 당구장에서 박씨를 검거해 수배관서인 성북경찰서로 인계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날 출동했던 한 경찰은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신고자가 하늘색 남방에 청바지를 입은 박씨의 인상착의를 알려왔다"며 "박씨는 지인 2, 3명과 당구를 치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의 신분증 제시 요구에 박씨는 지난 1월 중순 후배 이모(38)씨가 운영하는 인천의 음식점에 들렀다 훔친 이씨의 운전면허증을 꺼냈다. 경찰은 그를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해 지문을 조회한 후 추궁한 끝에 신원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에 3건의 사기 혐의가 있는 박씨는 절도, 공문서 부정행사 등 혐의가 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해 3월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 홍모(30)씨에게 빌린 5,000만원 등 지인들로부터 빌린 1억5,000만원을 갚지 않은 혐의(사기)로 고소당해 지난해 11월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잠적했다. 법원은 영장을 발부했고 검찰은 지난 1월 그를 기소중지했다. 그는 앞서 2007년 코스닥 상장사를 무자본으로 인수한 뒤 자기자본을 들인 것처럼 공시해 주가를 끌어올리고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기소돼 1ㆍ2심에서 징역 2년6월이 선고됐다. 법원은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고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차남인 박씨는 두산가 '형제의 난'이후 비운의 삶을 살았다. 박 전 회장은 가문에서 제명된 후 2008년 건설업체를 인수하는 등 재기를 노렸지만 이듬해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두산산업개발 상무를 지냈던 박씨는 아버지대 형제의 난 이후 역시 가문과 결별했고, 1억 5,000만원 때문에 다시 검찰에 넘어갈 처지가 됐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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