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중부 도시에서 이슬람교와 불교도 간 유혈 충돌이 3일째 이어져 최소 20명이 사망하자 미얀마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얀마 중부 만달레이주 메이크틸라시에서 촉발된 종교 분쟁이 격화해 도시 외곽으로 번져나가며 사상자가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22일 전했다. 한 현지 신문 기자는 "방화 때문에 새까맣게 탄 시체만 15구 봤다"며 "사망자수는 경찰이 밝힌 20명보다 훨씬 많은 최소 40명"이라고 말했다. 메이크틸라시 의원은 "3일 동안 이 지역 이슬람 사원 17곳 중 최소 5곳이 불탔다"고 전했으며 한 사진 기자는 "이 지역은 킬링 필드 같다"며 격화된 상황을 묘사했다.
특히 주민 중 다수를 차지하는 불교도들이 전날 충돌에서 승려가 사망한 것에 분노해 무슬림을 무차별 공격하면서 무슬림들은 도시를 떠나거나 경기장으로 피신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NYT는 일부 승려가 이끄는 불교도 폭도들이 방화한 무슬림 집을 진화하려는 소방당국을 방해하고 현지 취재 중인 기자들을 위협해 상황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막고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 정부는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군병력을 투입할 수 있다.
이번 충돌은 20일 무슬림이 운영하는 한 금가게에서 주인과 고객 간 금 거래를 놓고 벌어진 언쟁에서 시작됐다. 금 거래에 불만을 품은 현지 주민 200여명이 거리로 몰려 나와 폭동을 일으켜 승려 2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하면서 소요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다수의 불교도와 소수의 무슬림이 섞여 사는 미얀마에서는 종교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6월에는 서부 라인주에서 무슬림이 불교도 소녀를 성폭행해 촉발된 유혈 충돌로 최소 180명이 숨졌다. 하지만 이전 충돌이 주로 미얀마 서부에서 벌어진 데 비해 이번 충돌은 치안이 잘 유지된 중부 지역에서 일어나 종교 분쟁이 국가 핵심부까지 확산됐다는 우려가 높아졌다고 NYT는 지적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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