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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대법-헌재 관할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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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대법-헌재 관할 다툼

입력
2013.03.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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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그제 유신헌법 제53조에 근거한 긴급조치 1ㆍ2ㆍ9호의 위헌을 결정했다. 1974년 긴급조치 1호가 발동된 이래 39년 만의 위헌 결정으로 긴급조치 위반으로 사법처리를 받은 1,100여 명의 재심청구 및 그에 따른 형사보상 길이 활짝 열렸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2010년 12월에 긴급조치 1호에 대해 위헌 판결을 한 바 있다. 그 취지로 보아 전체 긴급조치 위반 형사피해자의 재심 청구 및 형사보상의 문은 진작에 열렸던 셈이다.

■ 이 때문에 이번 헌재 결정문은 긴급조치 1ㆍ2ㆍ9호의 위헌성을 밝힌 결정 이유 본문보다 '긴급조치 위헌 심사 권한'을 강조한 도입부가 더 눈길을 끈다. 결정문은 헌재의 위헌심사 대상인 '법률'은 그 형식이나 명칭보다 규범의 효력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긴급조치는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 제한과 형벌규정 등을 두었던 점에 비추어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어 그 위헌 심사권한은 헌재에 '전속한다'고 적시했다.

■ 대법원이 긴급조치 1호에 대한 위헌 판단에서 '긴급조치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사권은 최종적으로 대법원에 속한다'고 밝힌 것과 딴판이다. 대법원은 헌재의 위헌심사 대상인 '법률'은 국회의 의결을 거친 형식적 의미의 법률만을 의미하며, 그와 동일한 효력을 가지려면 최소한 국회의 승인이나 동의 등 실질적 입법권 작용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회 통고'로 끝나고, 실제로 입법권 작용이 전무했던 긴급조치는 '법률'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 대법원의 논리가 좀 더 촘촘해 보인다. 헌재는 긴급조치와 닮은 긴급재정경제명령과 긴급명령 등을 예로 들었지만, 헌법이 '법률과 같은 효력'이나 '국회 승인'이라는 입법권 작용 절차를 명시한 것들이다. 더욱이 긴급조치 위헌 심사가 재심의 전제로서 이뤄지고, 위헌 법령의 피해 구제도 결국 대법원에 달렸다는 점에서 헌재의 '중복 심사'는 사법 에너지 낭비 같다. 눈코 뜰새 없다는 두 사법 최고기관이 '관할 다툼'에 이리 열을 올려도 되는 것일까.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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