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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에세이]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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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에세이]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하는가

입력
2013.03.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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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출격명령을 받은 5명의 미군장병이 조종석에 탑승하면서 핵폭탄을 탑재한 대형폭격기가 전장 5km의 긴 활주로 끝으로 사라진다. 핵 탑재량은 최대 200kt.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14배로, 목표지점 평양까지는 4,000km. 4시간 남짓 날면 너끈히 닿는다. 요즘 미국령 괌 앤드루 공군기지에서 되풀이 되는 출격훈련이다. 19일 낮 정오 평택 상공에 모습을 드러낸 미 B52전략폭격기의 출격경위다.

이번 출격을 미 국방부가 한미합동군사훈련(키리졸브) 기간 동안 사전예고 없이, 그것도 연거푸 두 차례 발표했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북핵'소리를 귀 따갑게 들어오기 올해로 20년, 우리한테도 드디어 올 날이 왔다는 말인가.

같은 시기, 한국선진화재단이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하는가'를 주제로 연 핵 공론회는 그런 의미에서 시의에 맞는다. 외교부 장관을 역임한 송민순 전 의원은 우리도 핵을 가질 필요성에는 동감을 표하면서도 단서를 붙였다. 마지막으로 북한과 미국의 수교를 한 번 더 시도해 보자는 것. 그래도 불연이면 그때 핵을 갖자는 의견으로, 그의 주장을 듣는 순간 만감이 교차한다. 북한이 오늘의 핵 공갈국가로 바뀐 데는 한국정부의 기여가 컸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고? 북방외교에 취한 노태우군사정권이 소련과 중국과의 잇단 수교에 성공하자, 이를 지켜보던 재미원로정치학자 이정식 교수가 남긴 다음 촌평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공식석상에서 북한의 뺨을 호되게 후려갈긴 처사"였다는 것.

유일한 혈맹 소련과 중국이 한국과의 수교에 이르자, 하루아침에 고립무원에 빠진 북한으로서 그 배신과 수모를 극복할 유일한 방법은 핵보유밖에 대안이 없었다는 거다. 지금껏 중차대한 외교미스로 치부되지만, 베이징과 모스크바와의 수교과정에서 우리는 워싱턴-평양간의 수교도 당연히 병행했어야 옳았다. 그게 외교다. 작전을 외교로 착각한 군사정권의 업보다. 워싱턴-평양 간 수교를 한 번 더 시도하자는 송 씨의 제의에는 그런 회한이 읽혀진다.

미국문제에 정통한 원로논객 김대중 씨의 '찢어진 핵우산' 언급은 심각했다. 북핵의 저지를 위해 허구한 날 6자회담에 매 달려온 미국한테서 이제 더 이상 북핵에 매달릴 수 없으니 한국이 알아서 처리하라는 의중을 읽었다는 주장으로, 핵우산은 그런 의미에서 이미 찢어진 우산이 됐다는 것. 그렇다면 8일과 19일 괌 기지에서 발진, 평택상공에 두 차례 모습을 드러낸 B52의 출격은 한갓 시늉에 불과했다는 말인가.

'우리도 핵을 가져야하는가'라는 주제를 놓고 그날 논객들 사이에는 일단 갖는 쪽으로 대충 공감대가 형성된 듯싶다. 나 역시 동감이다. 석학 사무엘 헌팅턴이 에서 밝힌 핵 언급을 여기 붙임도 그래서다. "가장 가공할 사태는 핵이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간 상황이다." 북한이야말로 그 대표적 테러집단 아닌가. 정작 중요한 것은 미국 아닌 박근혜정부의 의중이다. 문제가 하나 더 뒤따른다. 핵을 갖되 어떤 형식으로 핵을 갖는가이다. 핵을 갖지 않은 나라가 핵위협을 극복할 대응방안은 다음 세 가지다. 핵보유국의 우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그 첫째로, 우리는 수중이나 미 본토에서 쏘는 핵미사일보다 한국 내의 전술핵 재배치 쪽으로 유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와 관련, 미 하원군사위가 91년 한반도에서 철수한 미 전술핵무기의 한국재배치를 골자로 하는 2013년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켰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둘째가 핵무기의 자체 개발로, 이웃 일본은 3개월, 우리의 경우 1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셋째는 핵무기는 갖되 이를 확인도 부인도 않는, 소위 NCND전법의 이스라엘 방식으로, 비핵화를 선언한 우리 실정에 가장 바람직할 성싶다. 관건은 역시 박근혜정부의 의중과 배짱이다.

김승웅 전 한국일보 파리특파원 swkim43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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