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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 달라" "못 돌려준다" 터키·독일 유물전쟁… EU 가입 외교전 비화 조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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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 달라" "못 돌려준다" 터키·독일 유물전쟁… EU 가입 외교전 비화 조짐도

입력
2013.03.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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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와 독일이 유물 반환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할 조짐이다.

터키 문화관광부는 최근 독일 고고학자들의 자국 내 유물발굴 작업을 중단시켰다. 발굴 현장에서 유물 도난 사건이 발생하는 등의 관리부실이 표면적인 이유였으나 독일 정부가 유물을 돌려주지 않은 데 대한 보복이었다. 터키 정부는 지난해 독일이 소유하고 있는 터키 중부 코냐 지역 모스크(이슬람교 사원)의 장식 일부와 로마 시대의 어부 상반신 조각상, 이스탄불 피얄레 파샤 모스크의 이즈니크 타일 등 5개의 유물을 반환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유물 발굴작업을 중단하고, 독일에 자국 유물 대여도 금지하겠다고 통보했다.

독일은 터키가 양국간 유물 발굴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비난했다. 프로이센 문화유산재단의 헤르만 파칭거 회장은 "터키가 과거 역사적 유물 보관 시스템 등을 갖추지 않아 오히려 많은 유물들이 훼손됐다"며 "터키가 유물 관리법을 모르기 때문에 우리가 공동선 차원에서 유물들을 발굴해 보존해온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독일 내 유물들은 합법적인 경로를 거쳐 가져온 것이어서 돌려줄 의무가 없다고 못박았다. 특히 독일 베를린 페르가몬 박물관의 대표적인 전시품인 '페르가몬 제단'은 1878년 당시 오토만 제국의 허락 하에 프로이센이 발굴한 것으로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독일로 이송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터키의 외메르 셀리크 문화관광부 장관은 "페르가몬 제단은 독일군이 불법적으로 가져간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훌륭한 유물은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것이 원칙"이라고 반발했다.

터키의 유물 반환 요청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다른 서구 국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터키 이스탄불은 영국의 대영박물관을 상대로 할리카르나소스 마우솔레움에서 나온 조각상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또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도 16세기 오토만 제국 술탄 셀림 2세의 모스크에 쓰였던 타일 등을 돌려줄 것을 요청했다.

터키의 유물환수 작업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07년 이후 전세계로 유출됐던 조각상과 벽화 등 3,700여개의 유물들이 터키로 돌아왔다. 독일은 1907년 터키에서 발굴한 하투사의 스핑크스 조각상을 2011년 돌려줬다. 같은 해 터키는 미국 보스턴예술박물관으로부터 고대 헤라클레스의 상반신 조각도 환수했다. 지난해 9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은 1870년대 독일 고고학자가 발굴해 반출했던 고대 트로이의 금속 유물을 터키에 돌려줬다. 터키는 환수한 유물 등을 토대로 독립 100주년이 되는 2023년 수도 앙카라에 대형 박물관을 건립한다.

파칭거 회장은 "터키가 외국 고고학자들을 볼모로 유물 반환을 주장하는 등 광신적 애국주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는 행위이며 향후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에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유네스코에서 1970년 마련한 약탈 문화재 반환 규정은 1970년 이후에 거래된 문화재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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