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산업단지 내 SK하이닉스반도체 공장에서 22일 염소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회사 측은 경미한 사고라는 이유로 신고를 하지 않았고, 소방당국이 사고 발생 4시간 후 제보를 받고 확인에 들어가자 뒤늦게 누출 사실을 시인해 사고를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앞서 지난 5일에는 경북 구미공단 내 화공약품 제조업체에서 염소가 누출돼 11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충북도소방본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25분쯤 하이닉스 청주공장 비메모리 반도체 제조라인에서 가스배관 보강공사 중 1ℓ가량의 염소가 누출됐다. 사고는 반도체를 닦아내는 밀폐공간에서 근로자 2명이 염소 가스 배관 지지대를 보강하는 과정에서 배관 이음새가 벌어지며 발생했다.
가스가 누출되자 2명의 근로자는 바로 밖으로 나와 이 사실을 알렸고, 다른 근로자 2명이 방독면을 쓰고 들어가 벌어진 이음새를 조였다. 회사 측은 건물 내에 있던 100여명의 직원을 대피시키고 해당 제조라인 작동도 중지시켰다.
회사 측은 사고 현장에 있던 근로자 4명은 청주시내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염소 가스는 독성이 강하고 소량을 흡입해도 눈과 코, 목의 점막이 파괴될 수 있으며 다량 흡입하면 폐에 염증을 일으켜 호흡이 곤란해진다.
하이닉스 측은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배관설비가 많아 가끔 생길 수 있는 사고"라며 "염소가 30초 동안 소량 누출됐고 인명이나 재산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누출된 염소 가스는 자체 정화시스템이 가동돼 안전하게 처리됐고 직원들도 매뉴얼대로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사고를 인지한 후 소방차 6대와 화학차 1대를 보내 제독작업을 벌이는 한편 가스 누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누출 경위를 확인해야 회사 측이 신고를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제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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