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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어떤 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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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어떤 봄밤

입력
2013.03.2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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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과 자주 술자리에서 어울리면서 그들의 개성을 여러 번 목격했지만 매번 적응이 잘 안 되곤 한다. 죽지 못해 안달하는 부류도 있고 가만있다가 갑자기 눈물을 뚝뚝 떨구는 부류도 있다. 듣던 말던 노래를 흥얼거리는 이도 있다. 저마다 채 표출되지 못한 시적인 흥취를 발산하는 방법들이리라. 어쨌거나 포즈만 무성한 시인들을 나는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나는 그래서 포즈가 요란한 시인을 만나면 집에 돌아가 꼭 그의 시를 찾아보고는 한다. 이것도 분명한 편견이겠지만 조용히 자신의 삶을 아끼고, 책임감을 갖고 가까운 이를 돌보는 것도 시인에게 분명히 요구되는 태도일 것이다. 물론 그렇게 살고 싶어도 생래적인 기질 때문에 일반의 삶을 실천하는 것이 불가능한 시인들이 많다. 하지만 보일러공으로 일하면서 대전에서 묵묵히 시를 쓰는 이면우 선생 같은 시인도 있는 걸 보면, 시인의 삶이 작동되는 방식은 참말로 가지가지다. 이면우 시인의 이란 시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늦은 밤 아이가 현관 자물통을 확인하길래 시인이 우리 집엔 가져갈 게 없으니 도둑이 들지 않을 거라고 안심시킨다. 그러자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엄마가 계시잖아요" 했다는 것이다. 시인이 그 말을 듣고 물끄러미 아이 엄마를 바라보니, "얼굴에 붉은 꽃"이 소리 없이 지나가는 중이더라는 것. 우리의 봄밤이 환한 까닭은 이런 시가 있어서일 게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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