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1년째인 '2013 KB국민은행 한국바둑리그' 출전선수 40명의 윤곽이 드러났다.
15일부터 20일까지 한국기원에서 열린 '2013 KB리그' 예선전에서 류재형(36) 이희성(31) 김주호(29) 온소진(27) 황진형(24) 조인선(23) 이범진(21) 신진서(13) 등 8명이 무려 24대 1의 좁은 관문을 뚫고 본선 출전권을 따냈다. 이들은 이미 본선 시드를 받은 랭킹 상위자 32명과 함께 올 한 해 동안 KB리그에서 각 팀 소속으로 뛰게 된다.
예선 통과자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는 국내 최연소기사 신진서다. 지난해 7월 제1회 영재입단대회를 통해 입단한 신진서는 프로세계에 미처 적응을 하지 못한 탓인지 그동안 공식 기전 전적이 달랑 3패에 그쳤지만 이번 바둑리그 예선에서 5연승을 거두며 첫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최연소 바둑리거였던 이동훈(15)에 이어 또 한 차례 신예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한편 신진서와 함께 기대를 모았던 바둑영재 신민준(14)은 예선 3회전에서 온소진에 져 탈락, 명암이 엇갈렸다.
현역 육군 병장 김주호가 예선을 통과한 것도 화제다. 김주호는 2010년까지 바둑리거로 활약하다 2011년 6월 입대했다. 그동안 한 번도 시합에 나오지 못 했는데 오는 28일 제대를 앞두고 말년 휴가를 받아 때마침 열린 바둑리그 예선에 출전해서 내리 5연승을 거두며 본선까지 오르는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이밖에 온소진, 이희성, 류재형 등 과거 바둑리그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중견기사들이 끈질긴 투혼을 발휘해 바둑리그 무대에 복귀했고 지난해 락스타리그에서 활약했던 조인선, 이범진이 빅리그로 옮겨왔다. 여자기사는 여류국수 김혜민이 유일하게 예선 결승까지 올랐지만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출전선수들은 25일 열리는 선수선발식에서 드래프트 방식으로 8개 출전팀 감독으로부터 차례대로 지명을 받게 된다. 최대 관심사는 랭킹 1위 이세돌을 어느 팀이 데려가느냐다. 이세돌은 그 동안 고향팀인 신안천일염 소속이었으나 선수보호기간(3년)이 만료돼 어쩔 수 없이 드래프트시장에 나왔다. 8개팀 가운데 지난해 우승팀 한게임과 티브로드, 정관장, SK에너지가 기존 1지명인 김지석, 조한승, 박정환, 최철한을 보호선수로 지명했으므로 신안천일염과 Kixx, 넷마블, 포스코컴텍 등 나머지 4팀에게 우선지명권이 있다.
바둑리그 최고령자가 된 '노장' 이창호의 거취도 관심거리다. 단순히 랭킹 순으로만 따지면 이창호는 당연히 2지명이다. 하지만 워낙 바둑팬들에게 인기가 있으므로 뜻밖에 1지명에 오를 가능성이 없지 않다. 반대로 냉혹한 승부 논리로 무장한 젊은 감독들의 외면으로 자칫 3지명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처음 바둑리그에 진입한 바둑영재 신진서가 과연 몇 번째로 지명될 지도 주목된다. 3지명은 거의 확실하고 잘 하면 2지명도 가능하다는 게 대회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올해 선수선발식에서 예년과 달리 매우 중요한 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2군인 락스타리그 선수 선발이다. 올해부터 빅리그 선수 대신 락스타선수를 무제한 대체 출전시킬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에 사실상 정규리그 선수가 9명으로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락스타리그 선수는 선수 선발부터 실전 기용까지 모두 감독 뜻대로 할 수 있으므로 그만큼 감독의 권한 또한 막강해진 셈이다.
락스타리거는 여자선수 한 명을 포함, 각 팀당 4명씩으로 구성된다. 빅리그 랭킹시드가 38위에서 끊겼으므로 가용자원은 엄청나게 많다. 과연 숨은 보물을 어떻게 찾아내 적절히 활용하느냐가 각 팀 감독들의 과제다. 그래서 올해는 8개 팀 감독들이 예선 기간 동안 매일 대회장에 출근 도장을 찍으며 젊은 선수들의 대국 모습을 열심히 지켜보면서 선수들의 장단점을 면밀히 체크했다. 어쩌면 올해 각 팀의 바둑리그 성적은 정규선수보다 락스타선수 선발을 잘 했는지에 영향 받을지도 모른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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