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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사? 딱 보니 자살! 보험사기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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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사? 딱 보니 자살! 보험사기와의 전쟁

입력
2013.03.2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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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전주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개인병원 사무원으로 일하던 A(47)씨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사망원인은 추락사로 인한 두개골 파열. 유족들은 A씨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책장을 정리하던 중 바깥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6개월 후 보험금을 청구한 가족들은 보험사로부터 1억2,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보험업계는 A씨의 유족이 다른 보험사에도 보험금을 청구해 총 7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수령한 것으로 추정했다.

사건은 그렇게 정리되는 듯 했지만 지난해 4월 한 손해보험사 보험사기 특별조사팀(SIU)이'자살인 것 같다'는 제보를 받고 재조사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 A씨는 빚을 내 병원 설립 자본금을 댔고, 병원 운영이 어려워져 빚독촉에 시달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뒤늦게 발견된 A씨 유서에는 보험사를 나열하며 어느 보험사에 어떤 보험을 들어놨으니 내가 죽으면 보험금을 타 쓰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SIU 관계자는 "목격자가 없는 사망사건의 경우 증거 확보가 어려워 고의 사고인지 아닌지 분간하기가 어렵다"며 "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최근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고의로 사고를 내거나 허위ㆍ과다 청구하는 일이 급증해 보험사들이 '보험사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12년 보험사기로 적발된 인원은 8만3,181명으로 2년 전에 비해 20%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자살ㆍ자해로 밝혀진 사건은 1,365건으로 같은 기간 약 20% 늘었고, 보험금을 타 낼 목적으로 남을 살해하거나 상해를 입힌 사례는 같은 기간 195건에서 493건으로 365% 급증했다. 보험사기로 인한 피해는 결국 선량한 보험계약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증가시킨다. 금감원은 보험사기로 인해 가구당 20만원, 국민 1인당 7만원의 보험료를 추가로 내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생계형 보험사기도 적지 않지만 황당한 경우가 더 많다. 마약 환각상태에서 불을 질러 몸에 화상을 입었는데, 라면을 먹다가 뜨거운 물을 부어 화상을 입었다며 2억3,000만원의 보험금을 타내려 한 사건도 있었다. 사건을 맡았던 경찰 출신 김재홍 LIG손해보험 SIU 장기보험조사실장은 "과거력을 확인하다 보니 과거 내가 직접 검거했던 마약사범이었다"며 "수상한 정황들을 들이밀며 추궁하자 결국 잘못을 인정하고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더라"고 말했다.

서장원 삼성화재 수도권 보험조사파트 팀장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라며 고액의 보험금을 청구한 고객을 6개월 간 쫓아다니며 지켜본 적이 있다"며 "진단서 상에는 보행을 못 할 정도라고 나왔지만 실제로는 멀쩡하게 걸어 다니고 있었다"고 전했다. CRPS는 바람에만 스쳐도 아프다고 알려진 희귀병이다.

보험사기 조사팀에는 '감'이 좋은 도사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사소한 정보에서 힌트를 얻는 경우가 많다. 현대해상 SIU팀은 지난해 11월 차를 렌트하지 않았는데 268만원을 허위로 청구한 건을 적발해냈다. 이 사기사건 해결의 실마리는 사고가 난 차량이 A사의 장기 렌터카(벤츠S500)였지만, 자동차 주인이 A사가 아닌 B사에서 대체 차량을 빌렸다는 점에서 찾아냈다. 게다가 사고가 나면 통상 같은 종류의 외제차를 빌리는데 등급이 낮은 국산차종을 빌린 점도 이상했다. 이런 정황들을 토대로 본격 조사를 진행해보니 대체 렌터카로 보고된 국산차는 말소된 차량으로 확인됐다.

조사팀은 보험금 지급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포기하지 않고 사실을 규명하며 보험금 누수를 막고 있다. 올 2월 법원은 현대해상이 한 렌터카업체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債務不存在)확인 소송에서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렌터카업체가 요구한 1,769만원 가운데 547만2,000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

이 렌터카 업체는 1996년식 캐딜락(4,600㏄)을 타던 B씨에게 사고 난 차를 수리하는 동안 신차기준 1억5,000만원에 달하는 아우디 A8(4,400㏄)을 렌트해주고 보험사에 1,769만원을 요구했다. 피해차량은 14만㎞를 주행한 중고시세 600만원짜리 노후차량이었다. 장인수 현대해상 자동차송무부 부장은 "사고 차량 대체 렌터카는 사고차량과 비슷한 배기량, 시장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공돼야 하는데, 렌터카업체가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배기량만 따져 B씨에게 고가의 차를 빌려줬다"며 "관행처럼 이어져오던 렌트비 과다 청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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