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담배 피는 여자 사진이 많냐고요? 사실이 그러니까요. 모델들이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안 펴서 그렇지 골초들이 많아요. 모델이 담배 피는 사진만 모아서 전시회를 한 적 있는데, 포르노그라피를 전시하는 것마냥 난리가 났었죠."
스티븐 마이젤, 파울로 로베르시와 함께 세계 3대 패션사진작가로 꼽히는 피터 린드버그(69)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4월 28일까지 청담동 10 꼬르소꼬모서울에서 열리는 사진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린드버그는 21일 전시장에서 "인물 감정과 작가의 관점이 실린 사진을 찍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을 찍을 때 제일 신경 쓰는 건 모델의 성격이에요. 각 인물들의 성격과 작가인 내 관점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중요하죠. 예전에는 톱모델 6명과 10년간 일했지만, 요즘에는 한 달에 6명의 모델과 일할 정도로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예전만큼 모델 성격을 파악하고 세심하게 신경쓰기 힘들어진 셈이죠."
폴란드 출신의 린드버그는 1980~90년대 인물의 표정을 솔직하고 대담하게 보여주는 흑백사진으로 명성을 얻었다. 린다 에반젤리스타, 나오미 켐벨, 신디 크로포드, 케이트 모스 등 패션모델들을 차례로 찍었고, 국내에서는 재작년 파리에서 배우 송혜교와 작업한 사진집이 출간되며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그는 "(일정상) 송혜교와는 빠른 시간 내에 작업해야 했지만, 집중력이 좋은 배우였다"고 평했다.
전성기 시절 사진은 대부분 흑백사진이다. 8년 전 사용하던 카메라의 필름생산이 중단되자 디지털카메라로 바꾸었지만, 흑백사진만은 여전히 고수해 전체 사진의 60% 이상을 흑백으로 찍는다. 송혜교의 사진 역시 흑백으로 찍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1997년 출간했던 작품집 의 주요 작품 100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현실이 컬러라는 면에서)흑백사진은 현실을 벗어나 있지만, 인물을 더 진솔하게 만들어주는 측면도 있다. 그 점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최고의 패션사진작가로 불리지만, 린드버그는 의상보다 인물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그의 작품은 단순한 배경과 간결한 의상으로 인물 표정을 강조하는 사진들이다. 2008년에는 상업사진 작가들의 포토샵 사용을 비판하며 여배우들의 맨얼굴을 찍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린드버그는 "요즘 사진은 대강 찍고, 그 현장을 보지도 않은 직원이 포토샵 작업을 하기도 한다. 진실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어떤 작가들은 주름을 지우고, 얼굴을 화사하게 만들고 다리고 가늘게 만들죠. 난 그게 일종의 범죄라고 생각해요. 모델의 점 하나, 어두운 피부빛, 다크서클까지 포함된 표정이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해요. 사진가로서 내 임무는 그것 그대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죠."
그가 포토샵을 사용할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필름 카메라의 느낌을 담고 싶을 때다. "요즘 사진 찍고 열흘 기다려서 결과를 보는 모델은 없잖아요? 모든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카메라는 거부할 수 없는 대세죠.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진솔한 흑백 사진 느낌을 담고 싶어요. (포토샵 보정으로)너무 완벽해서 화성에서 온 것 같은 몸은 예쁜 게 아니에요."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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