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홍보 일을 하는 A씨는 21일 오전 포털사이트에서 자신이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영화 평점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평점 10점 만점에 고작 3점이었기 때문이다. 개봉을 하루 앞둔 전 날까지만 해도 시사회로 미리 영화를 본 관객과 전문가 평점이 9점대에 달하는 등 흥행 예감에 부풀어 있던 터라 당혹감은 컸다.
부랴부랴 사태 파악에 나선 홍보대행사 직원들은 이내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들이 특정 영화를 흥행시킨다며 무더기로 다른 영화들에 1점짜리 별점을 줬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A씨는 "네티즌들이 영화를 선택하기 전 가장 손쉽게 찾는 게 포털사이트 영화 평점"이라며 "일부 네티즌들의 악의적인 장난에 괜히 피해를 입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포털사이트 영화 평점을 일부러 낮게 주는 일명 '별점 테러'가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 영화 관계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개봉 중인 한국영화 '7번방의 선물' '파파로티' '연애의 온도' 등의 네이버 포털사이트 영화 평점란에는 이틀 사이 1점 평점이 한 페이지의 5개 평점 가운데 3~4개를 차지하고 있다. 1점을 주면서 이들이 밝힌 이유도 '영화에 의리가 없다' '평균점수를 5점으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황당한 이유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특정 현대사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에는 별점과 함께 다는 한 줄 평에 악평 의 정도도 심해진다. 지난 1월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영화 '지슬'은 지난 9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익명의 네티즌이 '좌빨 특유의 감성팔이. 별점 폭탄이나 날려줘라'는 글을 올린 이후 21일까지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 온 140여건의 평점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선동영화 1점 먹어라(hiph***)'라는 평과 함께 1점을 매겼다. 영화 관계자는 "마음은 아프지만 방법도 없고 해서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최근 별점 테러 일환으로 작성된 평점을 지울 수 없느냐는 영화 관계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현재 ID나 IP주소 당 평점 작성 횟수에 제한을 두고는 있지만 한 번 작성된 평점은 함부로 지울 수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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