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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저조한데… '매수' 권하는 증권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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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저조한데… '매수' 권하는 증권사들

입력
2013.03.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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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매수' 및 '강력매수'를 권하는 투자의견 리포트를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글로벌 경기회복과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가 기대된다"며 '무조건 사라'는 식으로 매수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순항 중인 글로벌 증시와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보일 정도로 투자 여건이 좋지 않다. 엔저 공세에 따른 기업실적 악화 탓에 향후 경기 전망도 불확실하다. 때문에 경영난에 처한 국내 증권사들이 수수료 수익을 올리려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20일까지 국내 증권사들은 총 4,642건의 매수 의견을 내놓았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506건) 이상 늘어난 것이다. 매도 의견은 단 1건도 없었다. 최근 나온 투자분석 리포트 제목만 보더라도 '바닥 확인, 지금은 매수 시기', '2년 만에 투자의견 매수로 상향', '수익개선 전망', 'XX, 실적 하락시 매수 기회' 등 투자를 적극 권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미국 등 세계경제가 좋아지고 있어 수출 중심인 국내 기업들의 실적 또한 호전될 가능성이 높다"며 "코스피도 디커플링을 탈출하는 분위기인 만큼, 새 정부 정책을 주시하며 관련 대형주 매수를 적극 검토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증권사들의 긍정적 경기회복 전망은 최근 지표와 동떨어진 것으로 근거 없는 낙관론일 뿐이라는 지적도 많다. 실제 최근 발표된 한국은행의 2월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기준치 100을 크게 밑돈 71에 그쳤고, 소비자심리지수(CSI)도 전월과 같은 102를 유지해 경기가 살아난다고 보기 힘든 상황이다.

그간 증권사의 투자의견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태생적으로 기업과 공생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여서 매도 의견을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작년에도 국내 증권사의 전체 투자의견 2만5,958건 가운데 매도 의견은 단 1건이었다. 최근 5년간 매도 의견도 연 평균 2건을 넘지 않았다. 반면, 전체 보고서의 80% 이상이 강력매수를 비롯한 매수 의견이었다.

A 증권사 연구원은 "매도 보고서를 내면 해당 회사와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펀드매니저조차 주가가 떨어진다며 좋아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특히 최근에는 증권사 수익성까지 나빠져 '주식을 사라'고밖에 할 수 없는 형편이라는 하소연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주수익원인 위탁매매 부문에서 수익을 내려면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7조원 안팎은 돼야 하는데, 현재는 6조4,000억원에 불과하다"며 "증권사가 다양한 먹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투자은행 육성, 해외진출 활성화 등 적극적인 지원 및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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