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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부족국가로 후퇴… 전쟁 옹호 글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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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부족국가로 후퇴… 전쟁 옹호 글 사과"

입력
2013.03.2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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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가 "10년 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옹호했던 칼럼에 대해 독자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21일 이라크 침공 10주년을 맞아 WP에 '이라크에서 배운 고통스런 교훈'이라는 칼럼을 통해 "이라크 침공은 미국 현대 역사상 가장 큰 전략적 오류의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2003년 '파병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전략이 중요하다'는 칼럼에서 "미국의 임무는 이라크에 안전하고 현대적인 국가를 건설하고 철수하는 것"이라고 썼다. 당시 칼럼에 대해 그는 "이라크전이 상식적이냐 하는 문제를 무시했다"고 후회했다. 이어 "이라크전 개전 후 시리아인 친구가 했던 말이 아직도 나를 괴롭힌다"며 "그 시리아인은 '미국은 이라크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거기서 중동국가의 하나처럼 될 것이며, 절대 이라크를 바꿀 수 없고 오히려 이라크가 미국을 바꿀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그의 저주는 사실이 됐다.

이그나티우스는 "미국은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내쫓아 이라크에 정치적 공백을 만들었고, 이라크는 부족사회로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또 "아랍인의 존엄성과 독립성을 무시해 가난한 아랍인들이 침입자에게 명예를 잃기보다 목숨을 던지는 길을 택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이라크인들은 자녀들을 고문하는 후세인을 경멸했지만, 존엄과 독립을 손상하는 미국에도 질색했다. 그는 침공 후 이라크 내 분파주의자들이 일으키는 살상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며 수천명의 이라크인의 목숨을 구한 것 정도가 미국이 유일하게 잘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라크전에 대한 반성이 잇따르면서 전후 이라크 재건을 위한 파병 규모를 놓고 행정부와 대립했던 에릭 신세키 당시 육군참모총장(현 보훈장관)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지고 있다. 20일 CNN방송에 따르면 신세키는 이라크침공 직전인 2003년 2월25일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전쟁 종료 후 치안유지 필요성을 고려하면 이라크에 수십만명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폴 월포위츠 당시 국방부 부장관은 "전쟁 수행보다 그 이후의 병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발상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미국은 한 달 뒤 신세키의 계산보다 절반 이상 적은 14만5,000명의 지상군 병력을 보냈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2002년 임기가 1년이나 남은 신세키의 후임자를 미리 발표할 정도로 그를 미워했지만, 신세키는 타협하지 않았다. 2003년 6월 퇴임식에서도 "10개 사단병력 만으로 12개 사단을 필요로 하는 전략을 짜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니콜라우스 밀스 세라로런스 칼리지 교수는 "신세키의 의견이 받아들여졌다면 전쟁의 모습은 지금과 달라졌을 것"이라며 "그는 정치적 결과에 연연치 않고 병사들을 보호하려고 했으며 되돌아보면 가장 현명한 장군이었다"고 평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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