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1일 전국 단위의 공습경보를 이례적으로 발령하면서 1시간 동안 민관군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한미 연합 훈련인 키리졸브에 대응하는 절차를 숙지하고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켜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의 대내용 라디오인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오전 9시30분쯤 "조선인민군 방송입니다. 전체 군인들과 주민들에게 알립니다. 공습경보입니다"라면서 "각급 부대들과 단위들에서는 적의 공중타격으로부터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빨리 세워야 하겠습니다"라고 신속한 대처를 주문했다. 이날 긴급훈련은 오전 10시 30분쯤 공습경보 해제와 함께 끝났다.
북한이 대내용 매체(1방송)를 통해 전국 단위의 공습대비 훈련을 실시한 것은 최근 10여 년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북한은 1990년대 말까지 이 같은 방식으로 훈련 시작 소식을 전하다가 이후에는 전파를 통한 방송매체가 아닌 각 지역마다 유선으로 연결된 스피커(3방송)를 통해 공습사이렌을 울리고 주민들을 훈련에 동원해왔다.
북한이 이처럼 훈련 절차를 속도감 있게 바꾼 것은 대남 도발 시 북한군의 지휘 세력까지 초토화시킬 수 있는 한미 양국의 핵능력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을 내세워 "미국의 핵공갈과 위협이 시작된 이상 우리도 그에 상응한 군사적 행동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키리졸브 훈련 기간 중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B-52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이 남한 상공과 해역에 진입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원수들이 핵으로 위협하면 그보다 더 강한 핵공격으로 맞설 것이라는 우리의 선언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키리졸브 연습이 끝나는 21일에 맞춰 공습대비 훈련을 한 것은 군사력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 내부 각 지역의 유선망이 훼손돼 어쩔 수 없이 단파 라디오로 공습경보를 발령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대북 소식통은 "동네마다 설치된 스피커와 연결되는 전선이 낡고 파손된 경우가 많아 전국적인 일제 훈련을 신속하게 전파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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