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대학의 자연계 논술 문제 37.4%가 고교과정을 벗어난 대학과정에서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과 선행학습을 부추긴다는 지적에도 대학들이 학교 수업만 충실히 들은 학생은 풀 수 없는 문제를 여전히 내고 있는 것이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과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21일 2013학년도 서울시내 주요 15개 대학의 자연계 논술고사 182문제 중 68문제(37.4%)가 대학과정에서 출제됐다고 밝혔다. 특히 연세대(70%)와 고려대(67.5%), 홍익대(54.5%), 서강대(50%)가 절반 이상 문제에서 고교과정을 벗어나는 문제를 냈다. 고교과정에 나오지 않는 비정형 함수식을 묻거나(이화여대), 대학의 미분기하학 과목에 나오는 측지선 개념을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경희대) 등이 대표적이다.
특기자전형 구술면접의 경우 서울대와 고려대가 108문제 중 30문제(27.8%)를 대학과정에서 출제했다. 특기자전형이 있는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는 구술 문제 제출을 거부했다.
또 논술 전형의 89%(162문제)와 구술면접의 91.7%(99문제)가 본고사형 문제였다. 특히 서강대, 서울시립대, 한양대, 건국대는 모든 문제를 본고사형으로 출제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문제풀이와 정답을 요구하는 본고사형 문제 출제를 금지하고 있다.
인문계 논술 시험에서도 경희대, 이화여대, 한국외대가 영어 제시문을,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가 수학 문제를 냈다. 또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한국외대), 베블렌의 유한계급론(서강대), 장유의 설맹장논변(경희대) 등 대학과정에 대한 선행 지식이 있어야 유리한, 어려운 지문이 나왔다.
고교과정을 벗어난 논술이 고액 과외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잇따르면서 지난해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문제 출제시 고교 교사의 의견을 반영하고, 인문계 논술에는 영어 지문을 내지 않게 하는 내용의 '대입논술-공교육 연계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 논술에서도 상당수 주요 대학들이 이를 지키지 않은 것. 사교육걱정 관계자는 "문제는 예전보다 쉬워졌지만 다루는 내용과 사용하는 기호 등에서 아직도 고교과정을 벗어난 문제가 많았다"며 "특히 수학은 본고사형 문제 출제 비율이 96.5%로 여전히 높았다"고 평가했다. 사교육걱정은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을 제정해 2014학년도 대입부터는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논∙구술 전형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교육걱정은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간 현직 교사 등 전문가 60여명과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의 자연계 논술 및 구술 문제를 분석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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