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있는 친동생이 천식이에요. 그래서 너무 안쓰럽고 안타까워서 친동생을 돕기 위해 간호사가 되고 싶었는데 집안에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꿈을 포기했었어요."
전북 전주의 한 대학교 간호학과 개강 첫날, 많은 학생들 중 강의실 맨 앞에 앉아 진지한 모습으로 교수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고 있는 탁 붑 파리 씨는 베트남 출신의 이주여성 로 올해 간호학과 2학년이다.
EBS가 22일 밤 10시 45분에 방송하는 '다문화 휴먼다큐 가족'은 베트남 주부 파리씨의 간호사 도전기를 그린다. 파리씨는 매번 공부할 때마다 사전을 옆에 두고 찾아보면서 해야 되지만 단 한번도 과제를 빠트린 적이 없고, 남원의 집에서부터 전주에 있는 학교까지 왕복 4시간 거리를 통학하면서도 지각이나 결석도 하지 않을 정도로 열심이다. 아직 7세, 3세 어린 두 아이의 엄마인 파리씨가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건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적극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환경미화원 남편 유영현 씨의 외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중학교를 다닐 당시, 한 번도 1등을 놓치지 않았던 파리 씨는 남편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뒤, 대학교까지 입학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간호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어린 시절 천식을 앓던 동생을 보며 간호사의 꿈을 키워온 그는 한국에서 그 꿈을 조금씩 현실로 바꿔가고 있다.
그런 아내를 위해 남편 영형씨는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며 가사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아침마다 파리 씨가 서둘러 등교를 하고 나면, 잠든 아이들을 깨워 어린이 집에 보내고 청소부터 설거지까지 온갖 집안 일을 해결한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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