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로 떠든대도 지금 내 고통을 알아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라져준다면 적어도 내가 진짜 절박했노라고 믿어줄 것”이라며 지난 19일 울산 중구의 한 주민센터 사회복지공무원 안 모씨가 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간은 누구도 자신의 말을 믿거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절대 절망’에 부딪치면 가장 소중한 생명까지 던지는 극단적 선택을 한다. 이래도 나의 고통과 억울함, 진심을 모르겠느냐. 말이 제대로 구실을 못하는 사회가 낳은 불행이다.
■ 매일 야근에 휴일도 없이 숨이 턱에 차도록 일해도 그나마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중과 대우만 있었다면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조직은 온갖 지시와 명령에 따라야 하는 일개 부속품취급을 했다. 하루하루 사투를 벌이며 견디는 그에게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누구에게나 힘들고 고된 자리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것”이라고. “열심히 버티라”고. 이건 대화도, 소통도, 공감도 아니다. 차라리 그만두라는 것보다 못하다. 냉담의 위장(僞裝)일 뿐이다.
■ 일선 주민센터에 가보면 누구는 눈코 뜰새 없이 바쁜데, 누구는 멍하니 앉아있거나 할 일이 없이 컴퓨터 모니터만 보고 있어 부화가 치밀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른바 일이 한쪽에만 몰리는 ‘깔때기현상’은 사회복지 담당이 가장 심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복지업무에 비해 인력이 태부족이기 때문이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으로 더구나 국민복지란 보람 있는 일을 해서 좋겠다고 말하지만, 사회복지공무원에게 ‘철밥통’이란 말은 모욕이다.
■ 채용도 늘리고, 기존공무원의 업무 재배치로 2만5,000여명까지 늘어났지만 여전히 일선사회복지공무원 한 명이 맡아야 할 대상은 1,000명이 넘고, 업무종류도 수 백 가지나 된다. 복지의 효율성을 위해서라도 인력확충과 업무조정, 전달체계를 개선해야 하지만 당장은 누군가 그들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여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공직사회의 칸막이를 없애겠다고 했다. 보신주의와 이기주의의 칸막이는 중앙부처들간에만 있는 게 아니다. 곳곳에 수두룩하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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