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동안 즐겁게, 사랑스런 마음으로, 함빡 웃으면서 썼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다 써내려간, 저로서도 뜻밖의 체험이었죠."
소설가 신경숙(50)씨가 소설집 를 펴냈다. 전통적 단편소설은 아니고, 콩트에 가까운 짧고 유쾌한 이야기들이다. 신경숙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자동반사적으로 과 를 떠올릴 독자들의 머리 속에는 아마 물음표가 둥실 떠오를 것이다.
", , 세 장편을 연속해서 작업할 때였어요. 혼자 산보하다가 휘영청 둥근 달을 올려다 봤는데, 달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죠. 달의 시선과 나의 시선이 딱 만났는데, 달이 나를 힐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너는 왜 재미있는 이야기는 쓰지 않냐?'"
신씨는 21일 "그동안 독자들로부터 '당신 소설을 읽고 나면 작품이 주는 무거움과 여운에서 헤어나오기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칭찬이 아니라 지탄처럼 들렸다. "잘 찾아보면 내 소설에도 유머가 있는데 왜 그게 아무에게도 발견 되지 않는 거지?" 섭섭할 때도 있었다. 달의 힐난은 작가의 이 무의식이 유발한 것이었을 터.
이번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은 '활짝 웃게 해주는 이야기를 써봐야지' 생각하던 차에 자유롭게 짧은 글을 써보면 어떻겠냐는 서평지의 연재 청탁을 받고 2008년 1월부터 26개월간 매달 한 편씩 써온 것들이다. 책에는 이제는 잘 쓰지 않는 '엽편(葉篇)소설'이라는 용어로 분류할 만한, 원고지 20매 내외의 짧은 이야기를 담은 26편의 소설이 담겼다.
"이 소설들을 쓰는 시간 자체가 참 좋았어요. 글로 쓰지 않으면 스윽 지나쳐갈 순간들, 내가 만났던 사람들이 던져주는 깊은 인간적인 신뢰, 그런 것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거든요. 제 자신이 늘 긴장돼 있고, 항상 뭔가를 관찰하고, 의식은 꽉 조여져 있고 그렇죠. 이런 시간들을 풀어준 글들이라 소중하고, 읽는 분들의 숨통도 틔워주는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그는 여전히 의 후폭풍 속에 있다. 이번에 책이 번역 출간된 러시아, 인도를 찾아야 하고, 이렇게 해야 하는 국가들의 명단은 세르비아 루마니아로 이어진다. 내년 4월쯤엔 가 'I'll be right there'이라는 영문 제목으로 미국에서 번역 출간된다.
하지만 새로운 작품쓰기는 이미 시작됐다. 작가는 "4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옴니버스 형태의 사랑이야기가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문학이라는 것이 처음에 제게 너무 무겁게 다가왔어요. 하지만 28년쯤 소설을 쓰고 나니까 저 스스로도 삶의 순간들을 다른 순간으로 전환시키고 이완시켜주는 것은 명랑성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작품들은 그 두 가지가 서로를 배척하지 않고 거울처럼 빛나게 해주면서 등장했으면 합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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