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에서 취해진 대통령긴급조치 1ㆍ2ㆍ9호에 대해 21일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 1974년 긴급조치 1호가 발동된 지 39년 만이다.
헌재는 이날 유신헌법을 비판해 북한을 이롭게 했다는 혐의(대통령긴급조치 위반 등)로 기소돼 징역 3년이 선고됐던 오종상(72)씨 등이 긴급조치 1ㆍ2ㆍ9호와 그 선포 근거였던 유신헌법 제53조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8명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긴급조치 위반으로 사법처리됐던 1,100여명이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정부 비판 일체를 원천 배제한 긴급조치 1ㆍ2호는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국가형벌권을 자의적으로 해석했고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 법관에 의해 재판 받을 권리 등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침해하는 등 모든 면에서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긴급조치 9호에 대해서도 "헌법 개정 권력자인 국민은 당연히 유신헌법의 문제점을 주장하고 청원할 수 있는데 이를 금지한 9호는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유신헌법 53조에 대해서는 "긴급조치 발동을 위한 근거일 뿐"이라며 심판 대상에서 제외했다.
오씨는 1974년 버스에서 여고생에게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말을 했다가 중앙정보부에 연행돼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7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됐으며, 2010년 헌법소원을 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0년 12월 긴급조치 1호를 위헌으로 판단하고 오씨 등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헌재는 이에 대해 "긴급조치는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므로 이에 대한 위헌 심사 권한은 헌법재판소에 전속한다"고 밝히고 이날 결정을 내렸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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