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사상 초유의 사이버테러가 발생한 가운데 해킹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19, 20일 중국을 방문한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중국 수뇌부를 잇따라 예방한 자리에서 사이버 해킹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1일 보도했다. 미국의 경제수장이 중국의 환율과 지적재산권 정책 등을 비판한 적은 했지만 사이버 보안 문제를 꺼낸 것은 이례적이라고 WSJ는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앞서 14일 시진핑 국가주석의 취임을 축하하는 전화를 하면서 사이버 보안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루 장관은 특히 20일 리 총리와 회담하는 자리에서 “미국 기업과 정부기관 등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해킹 사건들이 다른 나라 정부기관에 의해 발생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사실상 중국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앞서 11일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 기업들은 중국의 해킹이 급증하면서 지적 자산과 기술을 강탈해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자국 기업과 정부기관, 언론사 등을 대상으로 한 해킹의 배후로 중국을 의심해왔다.
이에 대해 리커창 총리는 “중국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리 총리는 앞서 17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부가 다른 나라를 해킹 공격하는 일에 관여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해킹은 세계적인 문제로 우리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고 미국의 주장을 일축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국가인터넷응급센터(CNCERT)는 지난해 정부 홈페이지 1,802개가 해외 해킹 공격을 받았는데 미국이 공격자의 23%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고 20일 비난했다.
WSJ은 루 장관과 리 총리의 회담이 사이버 해킹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만큼 올 여름 개최를 추진중인 양국의 전략경제대화(SED)에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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