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교비(校費) 등 1,00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74)씨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검찰 수사관들의 뇌물수수 비리 정황을 포착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검찰은 수사관들의 비위 사실 등에 대해 전면 부인하다가 뒤늦게 시인해 은폐 의혹까지 받고 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21일 이씨의 교비횡령 사건을 수사하던 중 이씨와 검찰 직원들 사이에 부적절한 돈거래 정황이 포착돼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씨의 자택과 대학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씨가 작성한 다이어리 형태의 뇌물장부를 확보해 검찰 수사관들의 비위 정황을 포착했다. 이 뇌물장부에는 이씨가 돈을 건넨 사람과 금품 수수 내역 등이 기록돼 있으며, 검찰 수사관 여러 명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중 수사관 두 명이 2007~2008년 이씨로부터 식사 접대를 받는 등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이 이씨로부터도 금품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내부에선 “뇌물장부에는 이씨가 수사관 4명에게 수천만 원씩 억대의 금품을 건넨 것으로 나와 있다”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특히 검찰 주변에선 “뇌물장부에는 세무서 직원은 물론 경찰과 검찰, 교육계 인사 등이 대거 등장해 다이어리의 실체가 밝혀질 경우 파괴력이 클 것”이라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관들의 뇌물수수 의혹을 알고도 수개월 동안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달에야 감찰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드러나 처음부터 사건을 덮으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실제 순천지청 측은 이날 오후 비리 수사관 감찰 조사에 대한 한국일보의 수 차례 확인 요구에 “금시초문이다. 그런 사실은 없다”고 전면 부인하다가 몇 시간 후 이를 시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메모형태로 쓴 장부에는 이름이 영문 이니셜 등으로 적혀 있는 경우가 많아 퍼즐 맞추듯 하나씩 이를 확인하느라 시간이 걸렸다”며 “장부에 등장하는 수사관들에 대해 앞으로 금품수수 여부를 집중 수사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이씨는 자신이 세운 대학 총장 등 3명과 짜고 2007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서남대, 한려대, 광양보건대, 신경대 등 4개 대학 교비 898억원과 자신이 설립해 운영해온 S건설 자금 106억원 등 총 1,00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당초 이씨 등은 구속됐다가 광주지법 순천지원이 병 보석으로 석방됐으며, 이에 반발한 검찰이 고법에 제기한 항고가 지난 20일 받아들여지면서 보석이 취소돼 재구속될 처지에 놓여 있다.
순천=안경호기자 khan@hk.co.kr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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