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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 숫자를 배우니 세상이 환해져요

입력
2013.03.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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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 숫자를 배우니 세상이 환해지네요."

19일 오전 대구 달서구 신당종합사회복지관의 '한글사랑학교' 중급반. 50대에서 70대 연령대의 여성 10명이 책상에 교과서를 펴놓고 기초수학공부를 하고 있었다. 교사가 칠판에 숫자'23000'을 써놓고 "읽어보라"고 했는데도 선뜻 대답하는 학생이 없다. 교사는 숫자 일, 십, 백, 천, 만 단위에 대한 기초교육을 한 뒤 복잡한 숫자에 도전토록 했다.

중학교 중퇴 이하의 저학력자인 잠재적 비문해(非文解) 시민들에게 생활에 필요한 글과 숫자를 가르치는 성인문해교육사업이 인기를 얻고 있다. 성인 10명 중 4명이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시대'를 맞았지만 우리사회 한 구석에서는 여전히 한글을 제대로 읽고 쓸 줄 모르는 비문해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비문해의 개념이 확대되면서 한글은 물론 BUS(버스)나 TOILET(화장실) 등 기초 생활영어와 기초수학, 간단한 전자기기 사용법 등을 모르는 이들도 비문해자에 속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이들에게 제2의 교육기회를 제공, 생활능력 향상 및 사회활동 참여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한글과 기초수학 등 초등학교 과정을 교육하는 이곳 한글사랑학교는 초급과 중급으로 나눠 일주일에 3일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수강료는 1개월에 5,000원에 불과하다. 이곳에서 배운지 3년 됐다는 중급반 수강생 이순자(가명ㆍ78) 할머니는 초등학교에 다닌 적이 없어 전혀 한글을 읽고 쓰지 못했지만 이제는 한글 해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초등학교 중퇴 학력의 이모(70) 할머니는 이곳에서 교육을 받은 후 일상생활에 자신감을 얻었다. "은행에 가는 것 조차 겁이 났다"는 그는 "눈이 뜨이니 세상살기가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이곳을 찾아오기까지 많이 주저했지만 지금은 너무 잘한 결정이라 생각한다"고 만족해했다. 중급반 막내인 김모(52ㆍ여)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공부를 하지 못했는데 이곳을 졸업하면 중학교 검정고시는 물론 고등학교 검정고시와 대학까지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현재 대구지역의 중학교 중퇴 이하의 잠재적 성인문해교육 대상자(20세 이상)는 27만6,433명이다. 대구시 전체 성인인구(197만5,353명, 지난해 12월31일 기준)의 14%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자체별로는 달서구가 5만6,815명으로 가장 많고 북구 4만8,128명, 동구 4만5,475명, 서구 3만6,742명, 수성구 3만3,497명, 남구 2만3,031명, 달성군 2만1,997명, 중구 1만748명 순이다. 이 가운데 초등학교 중퇴 이하 학력자는 8만184명이다.

대구에서는 달서구와 동구, 중구, 서구, 달서구 5개 지자체가 올해 교육과학기술부의 성인문해교육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남구와 북구, 수성구는 자체 예산으로 문맹퇴치에 앞장서고 있다.

글·사진 이현주기자 lare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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