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사외이사 후보로 지명됐던 김지형(사진) 전 대법관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과거 대법관 시절 포스코 관련 사건에 직ㆍ간접적으로 간여했던 경력 때문에 자칫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연봉 1억4,000만원 짜리 포스코 사외이사직을 스스로 던진 것이다.
포스코는 지난달 28일 열린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후보로 추천된 김 전 대법관이 사퇴했다고 20일 밝혔다. 그는 22일 정기주총에서 승인을 앞두고 있었다.
김 전 대법관은 대법원 재직 시절 소속 부서에서 포스코가 관련된 사건을 심리한 적이 있어, 사외이사직을 맡을 경우 특혜 선임이나 이익충돌 같은 불필요한 억측이 생길 수 있다며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김 전 대법관이 직접 심리를 한 것은 아니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의심을 받을 가능성이 있고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게 싫어 사외이사를 맡지 않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 11기인 김 전 대법관은 노동법의 권위자로 손꼽히며 재직 시절 진보적 의견을 많이 내 김영란 이홍훈 박시환 전수안 전 대법관과 함께 이른바 '독수리 5형제'로 불리기도 했다. 또 비서울대(원광대) 출신인데다 2005년 만 47세 나이로 대법관에 임명, 대법원의 인적 구성을 다양화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곧은 처신으로 후배 법관들로부터도 상당한 신망을 받았다.
김 전 대법관은 2011년 11월 대법관에서 퇴임한 다음에도 로펌이나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모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임명돼 후학을 가르쳤으며 1년이 지난 지난해 12월부터 법무법인 지평지성 고문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작년 말엔 동료 법조인들과 노동법연구소 '해밀'을 설립, 초대소장을 맡기도 했다.
한 재계관계자는 "여러 전관논란과 사외이사들의 이익충돌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김 전 대법관의 자진사퇴는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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