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군이 문장대온천 개발 대응 차원에서 하류에 댐 건설을 추진, 또 다른 환경파괴 논란을 낳고 있다.
임각수 괴산군수는 20일 경북 상주시의 문장대온천 개발 추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충북과 경북 경계지역인 청천면 사담리 일원에 중규모 저수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임 군수는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해당 지역에 저수지 건설을 검토했다"며 "문장대온천 재추진으로 이 사업을 본격화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사담리 저수지는 댐 높이 15m에 만수 면적 65ha, 총 저수량 100만톤 규모이다. 괴산군은 총 165억원을 들여 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절차를 거쳐 2015년에 착공, 2019년 완공할 예정이다. 군은 이 저수지가 문장대온천 개발을 사실상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수지 담수가 시작되면 문장대온천 개발 예정지인 경북 상주시 화북면 일부 지역이 수몰되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저수지가 완공되면 온천개발지 1km부근까지, 댐 높이를 5m 더 높이면 예정지 전체가 물에 잠긴다"며 "온천개발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충북도내 환경단체들은 일제히 "또 다른 환경파괴 행위"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에서 "온천개발과 댐 건설이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하며 "문장대온천 개발을 막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에 환경파괴의 상징인 댐을 만들겠다는 것은 도민의 결집력을 떨어뜨리고 개발세력을 돕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과거 문장대온천 개발 저지 운동을 주도했던 박일선 충북환경운동연대 대표는 "괴산군이 논리적 자기모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장대온천 소송 과정에서 환경권 침해를 주장했던 괴산군이 한강의 발원지이자 백두대간의 주요 통로에 반환경적인 댐을 만든다는 것은 앞뒤가 맞이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예정지인 사담계곡은 골짜기가 좁아 저수지가생기면 안개밀도가 높아지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안게 된다"고 주장했다.
문장대 온천 개발은 괴산군으로서는 악몽과 같은 사업이다. 상주시가 1987년 속리산국립공원 구역내에 온천 관광지 조성계획을 승인받아 추진하면서 괴산군은 이웃 지자체와 20여년 동안 법적 소송을 벌였다. 그 결과 2003년,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대법원에서 사업 취소 결정이 내려졌으나, 상주시는 올해 또 다시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맞서 괴산군, 충주시 등 충북도내 하류 지역 지자체와 각 기관, 시민ㆍ사회ㆍ환경단체들이 집단 반발하며 온천개발 백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