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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여지책인줄 알았는데…

입력
2013.03.2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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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어눌해 보이지만 선수들에게 친형처럼 다정다감하게 다가간다. 감독대행 최초로 팀을 챔피언 결정전까지 이끈 김종민(39) 대한항공 감독대행의 새로운 '형님' 리더십이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한항공이 전반기를 끝내고 신영철 전 감독을 전격 경질하면서 김종민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하자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도 아닌데다 서남원 전 수석코치마저 떠난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김종민 코치가 감독대행이 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김 감독대행은 팀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았지만 빠르게 팀을 추슬러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 4라운드부터 조금씩 힘을 내기 시작한 대한항공은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현대캐피탈과의 플레이오프에서 2연승을 거두며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다.

김 감독대행은 "내가 잘한 게 아니라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해줬을 뿐이다. 운이 좋은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선수들은 "김 감독대행께서 팀이 힘들었을 때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고 입을 모았다.

주장 김학민은 "신 감독님께서 경질되고 정말 어떻게 배구를 해야 할지 힘든 시기였는데 김 감독대행께서는 여러 가지 주문을 하기보다 조용히 다독여줬다. 선수들을 믿고 편하게 해주신다"고 밝혔다. 한선수도 "선수들에게 책임감을 부여해주시는 만큼 코트에서 선수들이 하려는 의지가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대행은 "사실 처음에 감독을 맡고 나서 작전 타임 때 선수들을 불렀는데 할 말이 없었다. 콕 찝어주시는 다른 감독님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지금도 작전 타임 때 선수들에게 뭔가 지시해야 하는데 배구가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선수들에게 최대한 믿고 맡기는 편이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대행은 3년 연속 챔프전에서 만나는 삼성화재에 대해 필승 의지를 다졌다. "정규리그 내내 전패를 당했지만 오히려 부담이 없다. 힘들게 올라온 만큼 철저하게 분석해서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서로 상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초보 사령탑답게 상대에게 배운다는 각오로 제대로 붙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과 삼성화재의 챔피언결정전(5판3승제)은 24일부터 대전에서 열린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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