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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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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입력
2013.03.2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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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태도가 달라졌다. 미국의 선제타격을 걱정하던 북한이 먼저 ‘핵선제타격권리’를 주장하면서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에서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하고 이를 객관화하기 위한 선전과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핵보유국’의 자신감을 반영해 수세적 억지차원의 핵능력을 넘어 공세적으로 “핵선제타격권리를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렇게 북한이 ‘핵 공갈’을 하면서 ‘노이즈 마케팅’에 주력하는 것은 3차 핵실험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어려운 조건에서 핵보유국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 등 국내외 핵관련 전문가들은 북한이 3차 핵실험에 성공하게 되면 소형화에 근접하고 상용무기로서의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란 주장을 한 바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어려운 조건에서 북한은 이번 핵실험에서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에 성공했다고 선언하고 선제타격권리를 주장하면서 정전질서를 무력화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권 붕괴와 냉전의 종식으로 세계정치구도가 미소대결구도에서 북미대결구도로 바뀌었다고 주장하면서 선군정치를 내세우고 대미 억지차원의 핵개발에 주력했다. 북한은 핵개발의 동기를 북미 적대관계에서 찾고, 북미 적대관계 해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북한이 3차 핵실험 이후 미국과의 핵 대결에도 자신 있다며 허세를 부리며 불안정하지만 평화를 유지시켜온 정전질서를 무력화하는 일련의 조치를 취하고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이 3차 핵실험 이후 한미합동군사연습을 빌미로 정전협정 백지화와 불가침합의 파기를 선언하고 판문점에 설치된 북미, 남북 사이의 전화를 차단함으로써 정전협정에 기초한 불안정한 평화는 깨지고 정전 이전의 전쟁상태로 되돌아갈지도 모르는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이 1990년대 중반 정전협정을 무력화하는 조치들을 취하고 정전협정이 ‘빈 종잇장’이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북한이 먼저 주도적으로 정전협정을 파기하는 선언을 하지는 않았다.

북한이 이번에 “조선정전협정을 완전히 백지화해버리게 될 것”이라고 선언한 것은 광명성 3호 2호기 발사 성공과 3차 핵실험 실시에 따른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주장한 대로 3차 핵실험을 계기로 “경량화되고 소형화된 핵탄”과 “다종화된 우리 식(북한식)의 정밀핵타격수단”을 가졌다면 한반도 정치군사 지형에 변화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이 정전질서를 무력화하는 조치들을 취하면서 위기수위를 높이는 것도 핵보유국으로서의 자신감을 반영한 새 판짜기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북한이 미국과 전면대결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 백지화와 불가침합의 파기를 선언함으로써 한반도 정세는 언제라도 전쟁상태로 환원될 수 있는 불안정상태로 돌입했다. 북한이 정전협정을 백지화하려는 데는 정전질서의 불안정성을 부각하여 북미 평화협정 체결 등 한반도에서의 공고한 평화보장체계를 구축할 것을 요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합동군사연습이 진행 중인 동안 북한의 도발은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도발은 기름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격이다. 하지만 군사연습 이후 정전협정의 무력화를 위한 일련의 시위나 도발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새 판짜기 요구에 또다시 선 핵폐기를 주장하면서 제재 일변도로 나갈지 아니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작동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지에 대한 선택은 새 정부의 몫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핵을 머리에 이고 살수는 없다”고 하면서도 신뢰프로세스 가동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북한 핵문제와 신뢰프로세스는 선후의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로 핵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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