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대형 페스티벌과 내한공연을 유치하기 위해 관련업체들간 출혈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 지산밸리록페스티벌 등이 흑자를 기록하자 올해엔 여러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출연자 개런티는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또한 기획사마다 인기있는 팀들의 구성원들을 서로 빼가려다 보니 행사의 질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 예정된 대형 공연 횟수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5월 셋째 주말에만 3개의 내한 공연과 4개의 음악 축제가 몰렸다. 제이슨 므라즈(17일), 시우르 로스(19일), 키스 재릿(19일)이 단독 콘서트를 열고, 서울재즈페스티벌, 자라섬 리듬앤바비큐 페스티벌, 그린플러그드 서울 2013, 월드 DJ 페스티벌이 일제히 17일 막을 올린다. 이에 앞서 크라프트베르크(4월 27일), 데프톤스와 슬래시 등이 출연하는 '메탈페스트 2013'(5월 9일) 공연도 있다.
6~8월에는 곳곳에서 공연과 축제가 줄줄이 열린다. 6월 7일부턴 영국 록 밴드 트래비스 등이 출연하는 '2013 레인보우 아일랜드'가 열리고, 12일엔 록 밴드 헬로윈과 감마레이의 합동 콘서트, 14일부터 이틀간 일렉트로닉 음악 축제 UMF코리아, 15일에는 국내외 여성 음악인들의 축제 '뮤즈 인 시티'가 열린다.
특히 7월 말부터 8월 중순 사이에는 대형 록 페스티벌이 몰려있다. 국내 록 페스티벌의 양대 산맥이던 지산밸리록페스티벌과 펜타포트락페스티벌 외에 올해는 2, 3개가 더 열릴 전망이다. 지산포레스트리조트에서 록페스티벌을 열었던 CJ E&M이 경기도 안산 제부도로 장소를 옮겨 안산밸리록페스티벌을 개최하기로 하자 지산리조트는 KBS미디어와 손잡고 '지산월드락페스티벌'을 연다. '난타'로 유명한 PMC네트웍스는 올해 두 번째로 슈퍼소닉을 개최한다. 다수의 유명 팝스타 내한공연을 유치했던 한 기획사도 올해 록 페스티벌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한 콘셉트의 록 페스티벌이 난립하면서 유명 록 밴드들의 출연료는 치솟고 있다. 지난해 지산밸리록페스티벌이 영국의 정상급 록 밴드 라디오헤드를 내세워 10만 관객을 동원하고 처음으로 흑자를 냈던 것이 적잖은 자극이 됐다. 기획사들이 올 여름 유치에 열을 올리는 팀은 영국 록 밴드 뮤즈와 미국 헤비메탈 그룹 메탈리카. 젊은 층에 특히 인기가 높은 뮤즈는 이미 첫 내한공연 때보다 출연료가 5배 이상 오른 상태인데, 올해는 국내 기획사들의 경쟁까지 더해져 2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뛰는 출연료와는 반대로 공연의 질은 떨어질 것 같다. 기획사들은 주로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일본의 후지록페스티벌이나 서머소닉에 출연하는 팀들을 대상으로 섭외하는데, 경쟁하는 업체가 많아질수록 출연진의 밀도는 떨어지게 된다. 출연료가 오르면 티켓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관객 입장에선 비싼 비용을 지출하고도 예년보다 못한 공연을 볼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기획사들이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록 페스티벌 전쟁에 뛰어드는 것은 시장을 선점할 경우 티켓 판매 외에 기업 스폰서, 상품 판매 등 부가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처럼 4, 5개가 비슷한 기간에 경쟁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관객들과 기획사들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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