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주요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권의 동시다발 전산 장애로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한때 창구 업무는 물론 전자금융거래가 전면 중단됐으며, 체크카드 및 현금서비스 이용에도 차질을 빚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는 한편, 위기상황대응반을 꾸려 사고 원인 및 피해 상황 파악에 나섰다. 또 고객 피해가 발생하면 금융회사가 전액 보상하도록 지시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를 전후해 신한, 농협, 제주 등 3개 은행과 NH생명, NH손해 등 2개 보험사의 전산망에서 장애가 발생했다.
신한은행은 오후 2시10분부터 스마트폰뱅킹을 포함한 인터넷뱅킹이 중단됐고, 영업점 단말기도 먹통이 되면서 창구 거래가 불가능했다. 자동화기기(CDㆍATM)도 장애를 일으켰다. 농협은행과 신한금융지주 계열 제주은행에서도 인터넷뱅킹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업무가 마비됐다.
농협금융지주 계열 보험사인 NH생보와 NH손보는 직원들의 컴퓨터 파일이 삭제되거나 가동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해 모든 컴퓨터의 인터넷 연결을 스스로 차단했다. 우리은행에도 해커의 악성코드로 추정되는 공격이 있었으나 내부 시스템으로 방어해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한국거래소 등과 '금융전산위기관리협의회'를 구성해 사고 원인 및 피해 상황 조사에 나섰다. 금감원은 별도로 자체 비상대책반을 꾸려 전산망이 마비된 신한은행 등에 IT감독국 검사역을 긴급 파견해 복구 상황을 점검했다.
전산 장애가 2시간 동안 이어지면서 신한은행 등의 일선 창구와 인터넷뱅킹 이용자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 은행 계좌와 연동해 결제가 이뤄지는 체크카드 사용자들도 불편을 겪었다. 서울 중구 신한은행 지점을 찾은 김모(59ㆍ여)씨는 "딸에게 오늘 반드시 송금을 해줘야 하는데, 갑자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울상을 지었다. 일부 고객들은 현금인출기마저 작동하지 않자 직원들에게 조속한 복구를 요청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인터넷뱅킹이 안 된다며 창구를 찾아온 인근 지역 회사원도 여럿 눈에 띄었다.
일부 신용카드 업무도 마비됐다. 신한은행 계좌와 연동하는 신한카드, 롯데카드 등의 체크카드 결제와 신한은행 현금인출기를 이용한 카드 현금서비스도 중단됐다. 해당 카드사 고객센터에는 카드 결제가 안 된다는 고객들의 항의 전화가 쇄도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갑자기 서버가 마비돼 우리도 당황스럽다"며 "무조건 죄송하다고 말하는 것 외에는 별 도리가 없다"고 했다.
신한은행의 전산망 마비는 이날 오후 3시50분께, 농협은행은 오후 4시20분께 각각 복구돼 업무가 정상화됐다. 두 은행은 고객 편의를 위해 영업시간을 오후 6시까지 연장했다. NH생보와 NH손보는 오후 4시20분께 랜선 연결을 재개했으나, 각각 70여대와 50여대의 컴퓨터가 손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영업점에서 사용하는 컴퓨터가 아니어서 고객정보 유출 등의 2차 피해는 없었다"며 "하지만 회사 IT센터 등을 통해 컴퓨터 복구절차를 밟아야 정확한 피해 규모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송현 금감원 IT감독국장은 "현재로선 고객들의 금전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전산 장애의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속히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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