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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노동자 백혈병 산재" 근로복지공단도 첫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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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노동자 백혈병 산재" 근로복지공단도 첫 인정

입력
2013.03.2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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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가 처음으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앞으로 반도체 종사자들의 직업병이 산재로 인정받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근로복지공단은 20일 "매그나칩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 김진기(당시 38세)씨에 대한 산업재해보상보험 유족급여 청구사건에 대해 14일 대전지역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산재 인정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단 관계자는 "김씨가 14년간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며 지속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됐고, 백혈병 발병 전 방사선에 의해 걸릴 위험이 높은 갑상선기능저하증도 발병한 것으로 볼 때 백혈병과 근무 간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각각 재생불량성 빈혈과 유방암에 걸린 노동자 2명이 산재를 인정받은 적은 있지만 백혈병 인정은 처음이다.

김진기씨는 24세 때 LG반도체(현 매그나칩반도체) 청주 사업장에 입사한 후 매일 10회 이상 임플란트(이온 주입) 장비 속에 들어가 장비를 정비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김씨는 방독마스크나 방사선 차단 보호구도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8년 갑상선기능저하증 진단을 받고도 동일한 업무를 하던 중 2010년 백혈병 진단을 받고 이듬해 사망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산재를 한 번도 인정하지 않던 공단이 지난해부터 산재를 인정한 것은 2009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삼성반도체 공장 역학조사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고 사회적인 압박도 강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단은 백혈병으로 2007년 사망한 황유미 이숙영씨 등의 산재 신청을 모두 불승인했다. 하지만 법원은 2011년 6월 산재를 인정했다. 근로복지공단 정광엄 요양부장은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문가들의 연구가 많아지고 인식이 바뀌어 산재 승인 판정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반도체공장 노동자들의 직업성 암 인정은 더 많아질 전망이다. 반도체 노동자 지원단체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에 제보된 백혈병 피해자는 삼성반도체 40여명 등 60명이 넘는다. 이 중 김진기씨를 포함한 8명이 산재를 신청했지만 고 황유미씨 등 6명은 불승인 돼 소송을 진행 중이고, 1명은 심판 절차가 진행 중이다.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이번 산재 승인이 고 황유미씨 유가족 등의 소송에 유리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산재 인정을 넘어 반도체 노동자들의 직업성 질병 예방 대책도 적극적으로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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