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동안 성형외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50대 의사가 유행병 같은 한국의 성형수술 문화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서울 청담동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조성덕(58)씨는 20일 서울 관훈동 신영기금회관에서 열린 관훈클럽 주최 특별강연 '관훈초대석'에서 성형 수술의 문제점을 작심한 듯 꼬집었다. 그는 서울 강북삼성병원과 강남 차병원 등에서 성형외과 과장을 역임한 성형 수술 분야 권위자다.
그는 2011년 한국에서 65만건(인구 1,000명 당 13건)의 성형 수술이 이뤄져 인구대비 세계 최고 규모라는 외신의 보도는 잘못됐다고 단언했다. 외과 소아과 등 다른 진료과목 전문의도 성형수술을 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실제 성형수술 건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조씨는 "아이 감기 치료하러 소아과에 간 엄마가 보톡스 맞고, 초등학생도 부모를 졸라 성형외과를 찾아온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외모에 지나치게 가중치를 두고 있다"고 성형 열풍을 강도높게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성형바람이 급속한 경제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압축적으로 성장하면서 소득수준이 갑자기 높아졌잖아요. 1990년대에 해외여행이 붐을 이뤘듯, 여유가 생긴 사람들이 외모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거죠. 하지만 외모도 스펙 중 하나로 보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실력보다 외모로 어필하려는 경향이 강해진 겁니다."
레지던트(4년)를 거친 성형외과 전문의도 아니면서 진료과목에 '성형외과'라고 써 붙여 놓고 시술하는 의사들의 도덕 불감증은 위험 수준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의료법상 의사라면 누구나 성형수술을 할 수 있어 불법은 아니지만, 환자의 10%만이 성형외과 전문의에게 자신의 몸을 맡깁니다. 성형 수술 사고가 자주 나고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지요. 심지어 소아과 의사가 성형의 일종인 '모발이식이나 보톡스를 가르쳐 달라'며 저를 찾아온 적도 있어요." 성형수술을 정말 원하는 환자라면 최소한 의사가 성형외과 전문의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조씨는 "미국의 경우 의료소송에 한번 휘말리면 배상금이 수백만 달러라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는 성형수술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며 "제재가 가해지면 좀 정화되지 않을까 싶다"고 진단했다.
성형을 '재건축'이 아니라 모자람을 채워주는 '리모델링'으로 정의한 그는 성형을 꼭 하고 싶다면 네 가지를 명심하라고 조언했다. "자칫 큰 화룰 불러 올 수 있으니 우선 가장 간단한 시술부터 해야합니다. 가장 부작용이 적은 방법은 뭔지, 혹시 잘못될 경우를 생각해 수술이전 상태로 복원이 가능한 방법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하고요.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욕심에 한번에 무리하게 여러 부위를 수술하는 건 절대 금물입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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