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의 전 독재자 에프라인 리오스 몬트(86)가 1980년대 마야 원주민을 집단 학살한 혐의로 19일 법정에 섰다. 국가 지도자가 집단 학살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아닌 자국에서 재판을 받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1982년 3월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리오스 몬트는 이듬해 8월 수하 장군의 쿠데타로 물러날 때까지 마야 원주민이 좌파 반군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그들을 말살하려는 정책을 폈다. 유엔 진실조사위원회가 1999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과테말라 내전기간(1960~1996)에 약 20만명이 숨졌는데 특히 리오스 몬트 집권기인 1981~83년에는 원주민 익실족이 7,000여명 숨지고 그들의 거주지 또한 70~90% 가량 파괴됐다. 당시 익실족의 약 60%는 산 속으로 흩어졌는데 상당수는 그곳에서 추위와 배고픔, 질병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리오스 몬트는 그동안 군부정권에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면책특권을 부여받아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재작년 총선에서 패해 국회의원직을 상실했고 검찰은 지난해 원주민 1,771명의 학살을 지시하고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이날 리오스 몬트의 첫 공판에 참석한 원주민 티부르시오 유투이(34)는 “우리가 고통 받은 만큼 그가 고통스럽지는 않겠지만 남은 여생이라도 감옥에서 보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리오스 몬트 측은 그러나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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