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규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은 지난달 3차 핵실험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8일 대북 제재결의안을 채택한 이후 계속 전쟁 위협을 가해오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엄중한 제재에 대한 반성과 속죄는커녕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핵 보복, 조선전쟁, 전면전 등 대남 도발위협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11일부터 ‘키 리졸브’ 한미합동군사연습과 독수리훈련이 시작되자 잇따라 서해 최전방 포병부대를 찾으며 무력시위를 펼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김 위원장이 백령도 타격임무를 맡고 있는 월내도방어대와 제641군부대 산하 장거리포병 부대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김 위원장이 백령도가 지척에 바라보이는 서부전선 최대열점지역의 전초기지인 월내도방어대를 시찰했다”면서 “최고사령관 동지는 ‘명령만 내리면 적들을 모조리 불도가니에 쓸어넣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의 이런 노골적인 반응에 한·미의 대응이 날카롭다.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키 리졸브, 독수리 훈련에 참여했던 미국 핵 잠수함 등이 4월말 연습이 끝난 뒤에도 한반도 인근에 한동안 잔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에도 이런 기류가 감지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핵 공격을 할 경우 일본 오키나와나 괌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의 핵무기로 응징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걸리는 상황을 감안하면 한반도 인근에 핵무기를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며 “한·미 연합훈련에 참여한 무기들을 완전히 철수하지 않고 당분간 머물게 해 북한의 움직임을 살펴보기로 했다”고 전한 상황이다.
북한은 최근엔 “미군이 무력으로 위협하면 정밀 핵무기로 서울과 워싱턴을 타격하겠다”고 위협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우리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면서 “핵의 직접적 보유, 전술핵 도입, 미군의 핵우산 등 여러 가지 활용방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미국을 활용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란 데 의견 접근을 봤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일 수도 없고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핵무장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지도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 정권의 탄도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기관과 개인들을 추가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미 재무부는 “대통령 행정명령 13382호에 따라 조선무역은행과 백세봉 제2경제위원장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미 국무부도 박도춘 북한 노동당 군수담당 비서와 주규창 노동당 기계공업부장,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3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북한은 마냥 적반하장식으로 큰소리를 칠 형편만은 아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북한에 곡물이 들어가지 못해 전년도 같은 기간의 13%만 충당됐다.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모금도 지난해 12월 이후 완전 중단된 상태다. 또 유엔 안보리의 추가 대북결의안으로 더욱 국제사회의 지원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정은은 주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11일부터 사흘간 대피훈련을 하는 등 극심하게 전쟁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아버지 김정일이 죽고 15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주민들의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는 김정은은 전쟁 위기 조성으로 난국을 타파하려고 한다.
그러나 한·미 등 우방국들은 김정은의 무모함과 의도를 이미 파악하고 철통같은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다. 만약 김정은이 과거 할아버지 김일성 처럼 6·25 전쟁 발발의 오판을 되풀이 한다면 북한은 자멸할 것이다. 김정은은 엄청난 어려운 경제위기를 당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먼저 알고 전쟁위협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것이 북한체제를 유지하는 길이고 국제사회로 나올 수 있는 유일한 출구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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