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의회가 예금 과세를 골자로 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구제금융 협상안 비준을 거부, 키프로스의 재정위기 상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키프로스 의회는 19일 구제금융 협상 비준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키프로스 정부는 유로존과 협상을 다시 하거나 재원조달 방안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 앞서 유로존 재무장관들과 키프로스 정부는 당초 키프로스 측이 요청한 170억유로(24조8,400억원)보다 적은 100억유로(14조4,000억원)를 지원하고, 키프로스 은행 예금에는 부담금을 부과해 58억유로(8조3,520억원)를 조달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AFP통신은 키프로스 정부가 유로존에 58억유로의 재원을 벌충할 방안과 국채 추가 발행, 금융권 구조조정 등의 새로운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키프로스가 재협상에 실패하거나 새로운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채무불이행(디폴트)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키프로스 구제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 온 독일이 이번 비준 거부에 강한 유감을 드러내고 있어 앞으로의 대응이 주목된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키프로스가 금융시장에 복귀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방안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부채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동성 공급을 지속한다”고 밝힌 만큼 키프로스의 디폴트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많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키프로스 정부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러시아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9일 미칼리스 사리스 재무장관이 예금과세가 아닌 다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러시아를 긴급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기존 차관 25억유로의 만기를 연장해 주고, 추가 차관 제공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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