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와 네타냐후는 화해할 수 있을까.’
20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가 이런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오바마는 2기 취임 후 첫 외유로 중동을 선택,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요르단 방문에 들어갔다. 그러나 관심은 오바마와 네타냐후가 과거의 앙금을 씻고 새 출발을 할 지에 모아진다. 지난 4년 동안 두 정상의 관계는 불화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10월 네타냐후가 유엔총회 참석 차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요청하자 오바마는 일정을 핑계로 아예 만나지 않았다. 이스라엘로 돌아간 네타냐후는 당시 팽팽하던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밋 롬니를 지지하는 신호를 보내 오바마를 자극했다. 이전 수 차례 정상회담에서도 두 정상은 공개적으로 데면데면한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25년간 미국 정부 안팎에서 이스라엘 문제를 다룬 데이비드 밀러는 이처럼 양국 관계가 허약한 때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바마가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찾아가는 만큼 어느 때보다 관계 개선의 기대가 높다. 오바마는 이스라엘 여론을 얻기 위한 행보로 정치적 시오니즘의 창시자인 테오도르 헤르츨의 묘에 헌화하고, 예수 이전 이스라엘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해의 서’ 박물관도 방문한다. 2009년 이집트 방문 때 이스라엘 건국이 홀로코스트(나치 대학살)에 근거한다는 발언에 대한 사과 의미다. 오바마는 네타냐후와 불화를 초래한 이란 핵, 팔레스타인 문제에서도 봉합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 모두 화해가 필요한 정치적 이유가 있는데다, 갈등이 지속되면 현안 해결의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보다 중요한 국내 이슈에 집중하기 위해 중동문제를 안정시켜야 하고, 네타냐후는 미국과의 갈등이 자신의 무능으로 비쳐지는 게 부담이다.
이란 문제의 경우 오바마는 핵 개발을 불용하되 현 단계에서 군사적 공격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오바마는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기까지 1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단독으로 이란을 공격하기 어려운 만큼 이번에 이란 핵 레드라인(금지선)에 대한 오바마의 확고한 입장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의 경우 단시일 내 돌파구 마련이 어려운 점을 감안, 오바마는 네타냐후를 강하게 압박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한편 오바마의 중동 순방과 조 바이든 부통령의 교황 취임식 참석이 겹치면서 한때 미국 영토에서 선거직 최고 지도자 2명이 동시에 자리를 비우는 공백 사태가 발생했다. 오바마와 바이든이 모두 미국 영토를 떠나 있던 시간은 20분 남짓으로 이 동안 대통령 승계 서열 2위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미국 내 최고 인사가 됐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