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군의 B-52는 큰 덩치에 최대 무장 무게 31.5톤이나 돼 대량폭격에 이용되는 장거리전략폭격기다. 베트남전 기간에는 12만4,000여 회 출격에 모두 373만여 톤의 재래식 폭탄을 쏟아 부어 융단폭격의 대명사로 불렸다. B-52의 보다 중요한 임무는 전략 핵무기 운반과 투하다. 2000파운드(907㎏) 재래식 폭탄 35발 외에 공대지 순항 핵미사일 12기를 탑재하고 24메가톤 수소폭탄 4기를 운반할 수 있다.
■ B—52 탑재 공대지 핵미사일 가운데 사거리 2,500㎞, 3,000㎞짜리는 폭발력이 200㏏이고, 200㎞짜리는 170㏏이다. 히로시마 투하 원폭이 16㏏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B-52 1대가 운반하는 핵무기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1954년 실전 배치된 B-52는 1956년 서태평양 비키니 섬에서 수소폭탄 투하 실험에 동원되면서 존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고고도 장시간 비행이 가능해 미소 냉전 초기에는 핵무기를 탑재하고 북극 상공을 24시간 비행했다.
■ 미 공군의 B-52가 19일 한반도 상공에서 폭격 훈련을 하고 괌 기지로 돌아갔다. 한미합동 독수리훈련의 일환이다. 8일에도 한반도 상공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그 동안 한미는'Coroner Regatta' 작전명으로 한반도 상공에서 핵 폭격 훈련을 실시해왔으나 이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최근 다종화한 핵무기로 서울과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해온 김정은 정권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자 시위다.
■ B-52 핵 폭격 훈련사실 공개는 남한을 의식한 것이기도 하다. 자체 핵무장 목소리를 높이는 한국민들을 향해 핵 우산을 확실하게 펼쳐 보인 것이다. 이번 훈련에는 미 핵잠수함도 참가한다. 미 본토 발사 대륙간탄도탄(ICBM)과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등 전략핵 투발(投發) 3종세트(nuclear triad)를 동원한 핵 억지 의지를 과시하는 셈이다. 엊그제 뉴욕타임스가 새삼스럽게 한국의 핵무기 개발 반대 사설을 실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은 지금 북 핵 못지 않게 남한 핵을 우려하고 있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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