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2시를 기해 사내 전산망(서버)이 마비돼 컴퓨터 사용이 불가능해진 KBS, MBC, YTN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각 방송사들은 외부인 출입을 통제한 채 전산 팀 인력을 위주로 복구반을 편성하고 진상 파악을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각 방송사들이 송출 전용 컴퓨터는 별도 서버로 관리하고 있어 우려됐던 방송중단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 방송 제작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KBS는 이날 오전부터 메신저 프로그램이 작동되지 않고 낮 12시부터는 공식 홈페이지 접속이 불가능해지는 등 전산망 이상현상을 보였다. 이후 오후 2시를 기해 사내 전산망에 접속돼있는 업무용 컴퓨터는 물론, 외부 직원들이 사용하는 노트북까지 일제히 에러메시지가 뜨면서 전원이 다운되자 KBS는 사내 방송을 통해 컴퓨터 전원을 끄고 랜선을 분리할 것 등의 방침을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KBS 관계자는 "에러 메시지가 뜬 뒤 컴퓨터가 먹통이 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뉴스 기사 작성과 송고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제작 부서에도 큐시트와 원고 제작, PC 저장 자료 분실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MBC도 오후 2시 10분께부터 사내 전산망에 연결된 데스크탑 컴퓨터와 노트북에 재부팅하라는 내용의 메시지가 뜨면서 일괄적으로 전원이 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MBC 홍보국의 한 관계자는 "갑자기 컴퓨터가 꺼지면서 사실상 업무가 마비돼 직원들이 크게 당황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보도국의 경우 뉴스 제작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서 비상용 노트북을 외부 전산망에 연결해 원고 작업을 하거나 수작업을 통해 원고를 쓰고 있다"며 "직접적인 방송 제작을 제외하면 사실상 내부 업무가 마비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YTN은 오후 2시 20분을 기해 사내 PC와 노트북을 포함해 500대의 컴퓨터가 다운 된 것으로 파악됐다. YTN은 사건 발생 직후인 오후 2시 40분 속보를 통해 "뉴스 진행 도중 사내 PC가 다운되더니 리부팅이 안 되고 있다"며 "현재 컴퓨터 500대 정도를 쓸 수 없다"고 보도했다. YTN 홍보실의 관계자는 "행정용 PC와 달리 방송용 컴퓨터는 보다 강력한 방화벽으로 보호하는 서버로 별도 관리돼 방송 송출에는 지장이 없다"며 "하지만 일부 방송 편집기도 다운 된 경우가 많아서 뉴스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MBC, KBS와 다른 전산망을 쓰고 있어 무사할 수 있었던 SBS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회의를 소집했고, 사내 방송을 통해 수상한 메일을 열지 말고, 문제가 감지되면 바로 신고할 것을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각 방송사들은 원인 규명 및 복구 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완전 복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KBS의 관계자는 "정확한 피해 규모도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복구에 얼만큼 시간이 필요할지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또 YTN 관계자도 "자료는 외부 서버에 1ㆍ2차에 걸쳐서 백업을 해 놓은 상태로 큰 문제는 없다"며 "하지만 복구작업은 이제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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