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대남 도발 위협 수위를 높인 가운데 핵폭탄 투하와 핵무기 공격이 가능한 미국 공군의 전략 폭격기 B-52가 19일 한반도 상공에서 폭격 훈련을 하고 괌으로 귀환했다. 한국이 핵 공격을 받으면 자국이 보유한 핵으로 보복하겠다는 미 측 의지가 반영된 조치다.
군 소식통은 이날 "오늘 아침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서 출격한 B-52 폭격기 1대가 4시간 정도 비행해 한반도로 왔다"며 "정오 전후로 폭격 훈련을 한 뒤 괌으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폭격 훈련은 강원 영월 소재 필승사격장에 세워진 가상 목표물을 실제 타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B-52가 한반도 상공에 온 것은 이 달만 두 번째다. 조지 리틀 미 국방부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독수리 연습의 일환으로 B-52 여러 대가 지난 8일에도 괌에서 출격, 한국 상공에서 임무 비행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B-52의 한반도 비행은 북한의 최근 위협에 대응해 우리가 '확장된 억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하고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우리의 결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확장 억제는 핵이 없는 동맹국이 핵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이 대신 보복하겠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상대방의 핵 공격을 사전에 억제한다는 개념으로, B-52는 미국이 약속한 확장 억제 전략의 핵심 전력이다.
미 정부가 한미 연합 훈련 기간 중 B-52 비행 사실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은 대북 압박 차원에서다. 한미 양국은 한반도에서 B-52나 핵 잠수함 등 전략 핵무기 탑재 전력을 동원한 연합 훈련을 정례적으로 실시해 왔으나 통상 훈련 일정이나 참가 전력 등은 밝히지 않았다.
1950년대 당시 소련 핵 공격을 위해 개발된 B-52는 여전히 미 공군의 주력 전략 폭격기다. B-52A가 1954년에 초도 비행을 한 뒤 B형이 이듬해 실전 배치됐다. 현재 미 공군이 보유한 기종은 1961년 인도된 B-52H의 성능 개량형으로 미군은 2040년까지 H형을 운용할 계획이다.
최대 항속거리(이륙 순간부터 연료를 다 쓸 때까지의 비행 거리)가 1만4,080㎞에 달하는 데다 최대 상승고도가 17㎞에 육박해 장거리를 날아가 대공포가 닿지 않는 곳에서 임무를 수행한 뒤 돌아올 수 있고, 최대 31.5톤의 무장을 실을 수 있어 대량 폭격이 가능하다. B-52에 '스트래토포트레스(하늘을 나는 요새)'라는 별칭이 붙은 것은 이런 무장력 때문이다.
24메가톤(Mtㆍ1메가톤은 TNT 100만톤 폭발력)급 수소폭탄 4발과 2,000파운드(907㎏) 재래식 폭탄 35발, AGM-86B, AGM-129 등 핵탄두 장착 공대지 순항 미사일 12발을 탑재할 수 있다. 사정거리가 2,500㎞인 AGM-86B와 사거리 3,000㎞의 AGM-129는 폭발력이 200킬로톤에 이르고 사거리가 200㎞인 단거리 공격형 미사일 AGM-69의 폭발력은 170킬로톤 수준이다.
군 관계자는 "B-52에 장착되는 공대지 순항미사일(ALCM)은 미 본토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 잠수함에 있는 잠대지 탄도미사일(SLBM)과 함께 미국이 동맹국에 제공하는 3대 전략 핵무기 체계 중 하나"라며 "한반도 상공을 B-52가 지속적으로 비행한다는 것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 의지가 그 만큼 확고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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