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사진ㆍ전 중소기업은행장)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은 요즘 대한민국 사외이사의 '아이콘'이다. 작년 말 어윤대 KB금융 회장의 빅딜(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을 끝까지 반대해 관철시켰다. '사외이사=거수기'라는 통념과는 달리, 경영진을 견제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그는 미국계 주총 안건 분석기관인 ISS 보고서 파문과 관련, 18일 어 회장의 최측근 임원인 박동창 부사장을 보직 해임시킨 이사회에 이어 20일 또 다시 임시이사회를 소집했다. 22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내외 주주들의 동향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이 의장은 19일 한국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사외이사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일 뿐 내가 특별히 강성이라거나 경영진과 맞선다고 생각지 않는다"면서도 "ISS 사태의 결론은 감사위원회 조사가 끝나봐야 알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그는 최근 관심이 쏠리는 어 회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갔다. 다음은 일문일답.
-ISS 보고서 파문은 박 부사장 보직 해임으로 일단락 된 건가.
"내부 감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보고 결정할 일이다."
-어 회장 등 다른 경영진 책임도 물을 수 있다는 얘긴가.
"그것도 조사 결과를 봐야 알 수 있다."
-외부에선 KB금융 경영진과 이사회 간 대립이 심하다고 본다.
"이사회는 올라온 안건에 가부간 의결을 하는 곳이다. 다른 지주사도 지배구조는 다 같다. 작년 ING 인수 건은 경영진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다수 이사들이 안 된다고 본 것이다. 다른 숱한 안건은 다 통과되지 않았나. 결국 경영진이 이사진을 납득시키느냐가 중요하다. 어떤 안건에 반대하면 대립이고, 찬성하면 거수기로 인식하는 건 문제가 있다."
-이 의장이 유독 강성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나는 강성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ING는 개인 생각으로 안 된다고 여겼을 뿐이다."
-국내 금융지주들은 외국인 지분이 높은데 ISS의 영향력이 그렇게 큰가.
"이런 기관이 있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하지만 거기서 우리 내부 경영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할 수는 없는 거다. ING 인수의 유ㆍ불리를 판단하는 건 더욱 그렇다. 듣자 하니 외국인 주주들에겐 꽤 영향력이 있다고 한다."
-ISS 보고서에서 부적합한 사외이사로 꼽혔는데.
"주주들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다. 내일 점검해 보겠지만 단기간에 보고서 영향을 뒤집긴 어려워 보인다."
-어 회장의 거취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 문제는 언급할 수 없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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