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어하우스'가 뜬다임대 어려운 낡은 주택 개조여러명이 집 하나 빌려 방은 따로 거실은 같이'부분 임대아파트'도 인기아파트 한 채에 출입문 2개, 두개의 독립공간으로 나눠"사생활·건축비 등 문제… 섣부른 투자는 경계해야"
"주인 눈치 안 보고 내 집처럼 쓰니까 편하죠."
서울 종로구 권농동 골목의 한 한옥. 대학생 백도현(19)씨가 한달 전 마련한 보금자리다. 그가 대학가의 흔해 빠진 원룸과 하숙집을 마다하고 한옥을 택한 이유는 단 하나, '내 집처럼 쓸 수 있어서'다. 지방 출신인 백씨는 그간 원룸에 살며 사글세 생활의 설움을 온 몸으로 느꼈다. 화장실 배수시설이 고장 나 하소연해도 집주인은 고칠 생각을 안 했고, 9.9㎡짜리 작은 방은 휴식을 취하기엔 부족했다.
그러다 백씨는 '쉐어하우스'(Sharehouse) 얘기를 들었다. 쉐어하우스는 여러 명이 집 하나를 빌려 거실, 주방, 화장실을 공유하는 주거 형태. 생면부지 남들과 생활한다는 게 맘에 걸렸지만 정작 옮기고 나서는 대만족이다. 시설만 부수지 않으면 56㎡ 한옥을 온전히 임차인들 마음대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백씨의 하우스메이트 최장호(22)씨 역시 "하숙집이나 기숙사에서도 살아봤지만 이곳처럼 내 집 같은 곳이 없다"고 자랑했다.
1, 2인 가구가 늘면서 성냥갑 같은 원룸이나 고시원이 아닌 쉐어하우스, 부분임대 아파트 등 새로운 주거 형태가 뜨고 있다. 원룸 등이 그저 잠시 머물다가는 공간에 불과하다면 쉐어하우스와 부분임대 아파트는 어엿한 살림집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부분임대 아파트는 1개 아파트(기존 한 가구)를 2개의 독립적인 공간으로 나눈 것. 올해 2월 입주를 마친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한강센트레빌 2차 아파트에 적용(34세대)됐다. 한 아파트에 출입문이 2개 달려있다고 보면 된다.
사실 부분임대 아파트가 새로운 건 아니다. LH(옛 대한주택공사)가 2001년 준공한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주공1단지 아파트(1,224세대 중 255세대)가 시초다. 당시엔 방음 문제와 사생활 침해 우려로 인기가 별로 없었으나, 최근 1, 2인 가구 증가로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시가 2011년부터 뉴타운과 재건축ㆍ재개발 아파트에 부분임대 도입을 장려하면서 5,581세대 공급이 예정돼 있고, 그 첫 결실이 흑석동이다.
흑석동 부분임대 아파트는 전용면적 84㎡ 한 채를 64㎡ 아파트와 화장실ㆍ주방이 딸린 20㎡짜리 원룸으로 나눈 형태.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아파트엔 대부분 세입자가 살고 있다. 시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만원으로 주변 원룸보다 비싼 편이지만 중앙대 옆에 있어 인기가 높다. 임차인들은 옆집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생활에 큰 불편은 없다고 했다. 세대주이면서 원룸을 세 내준 이모(34)씨는 "어머니와 함께 살아서 큰 집이 필요가 없었는데, 임대료를 받을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쉐어하우스는 3~10명 안팎의 임차인이 집 하나를 빌려 화장실, 주방, 거실은 공유하고 방은 따로 쓰는 주거 형태. 우리나라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일본에선 대형 부동산 체인들이 뛰어드는 시장이다. 현재 국내엔 '우주'와 '보더리스하우스'라는 업체가 올해 각각 1~2호 점과 1~3호 점을 열었다. 연내 추가 개점도 계획 중이다.
우주는 낡아서 세를 주기 어려운 주택을 통으로 임대해 1, 2개월 리모델링 한 뒤 대학생과 직장인들에게 임대하고 있다. 보더리스는 일본의 쉐어하우스 체인으로 한국인과 외국인을 1대 1로 입주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이성일 보더리스 대표는 "일단 심사를 거쳐 입주자를 선발하면 생활에는 어떤 간섭도 하지 않는다"며 "최근 임차인을 가장해 내부시설을 둘러보고 간 사람이 쉐어하우스를 차린 일도 있을 만큼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주거형태를 환영하면서도 섣부른 투자는 경계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본부장은 "쉐어하우스는 고시원에서 느낄 수 없는 안락함과 인간적인 교류가 장점이지만, 공동체 생활을 잘 조직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부분임대는 화장실과 주방을 따로 내는 등 건축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들고, 임차인이 임대인 옆에 사는 것을 꺼리는 경우도 있는 만큼 수요 예측을 잘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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