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지도층 성 상납 의혹에 대해 경찰이 내사에 들어가면서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건설업자 Y(52)씨의 실체와 행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찰은 일단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 살펴보고 있지만 결국 종착점은 성 상납 의혹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00년 대 초 수도권과 강원도에서 각종 건설사업을 시행해 큰돈을 만진 것으로 알려진 Y씨는 2005년 11월 자본금 3억원으로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건설업체인 J사를 설립했다. 주택건설과 부동산 분양 및 매매, 임대업이 주요 사업이다. 하지만 2006, 2007년 각각 17억여원, 14억여원의 순 손실을 본 뒤 2008년에는 회계감사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극심한 경영난을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폐업은 2011년 4월 이뤄졌다. 이 과정에 Y씨는 동대문 H건물에 대한 분양 및 시행을 하며 불거진 배임, 횡령 의혹 등 여러 차례 민ㆍ형사 소송에 피소된 것으로 봐서 사업을 무리하게 한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경찰 관계자는 "Y씨가 건설업자인지도 확실하지 않다"며 "자기 사업이 망하자 다른 회사 공동대표를 맡아 건설브로커로 나선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Y씨가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 성 접대를 했다고 의혹을 받는 시기는 2009~11년 말이다. 자신의 사업이 망하기 일보 직전이라 사업상 이권을 위해 사회지도층을 끌어들였을 가능성이 있다. Y씨는 현재 서울 강남의 빌라에서 방 한 칸을 세 들어 살 정도로 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Y씨가 성 접대를 위해 끌어들인 여성들은 주로 사교모임에서 만난 사이로 알려졌다. 대표이사 명함을 들고 다닌 Y씨는 CEO나 법조인 같은 유력인사들이 가입하는 사진동호회 등을 통해 인맥을 넓힌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경찰서에 강간 등 혐의로 그를 고소한 50대 여성 사업가 A씨도 이런 모임에 참석하며 활발히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상납 의혹의 배경인 강원 원주시 부론면의 호화별장과 토지는 J사가 경영난에 허덕이던 2010년 1월 경매에 넘어가 세 차례 유찰 끝에 지난해 4월 최초 경매가의 3분이 1 수준인 10억 5,000만원에 일괄 매각됐다.
주민들에 따르면 4년 전에 지어진 이 별장은 대지 규모만 6,800m²(2,000여평)에 이른다. 4층과 3층 주택이 각 1개동, 2층 주택이 2개동, 관리동으로 보이는 단층 주택 등으로 이뤄져 있었다. 수영장과 정자, 영화감상실, 연못 등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10여m를 곧게 뻗은 소나무와 대리석, 현관문을 받치는 원목 기둥은 쉽게 볼 수 없는 최고급 자재로 보였다. 법조계 감사원 경찰 등 전ㆍ현직 사정당국 고위 공무원들이 이 별장에 초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Y씨가 자주 들렀다는 부론면의 한 음식점 주인(52)은 "몇 차례 배달을 간 적이 있는데 겉으로 보기에도 규모가 엄청났고 고급 승용차가 드나들기도 했다"며 "일부 건물 바닥은 최고급 옥이 깔려 있고 비밀스런 모임이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촬영됐다는 성 상납 의혹 동영상은 현재까지 Y씨와 A씨, Y씨 측근인 40대 조카 등 극소수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아직 이 동영상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의혹이 불거지자 Y씨를 비롯해 A씨, 직접 사회지도층에게 성 상납을 한 것으로 알려진 C씨 등 관련 여성들은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히 끊은 상태다.
경찰은 Y씨가 전·현직 고위공무원이나 대학병원장 등에게 뇌물이나 성 상납 등 향응을 제공하고 공사 수주과정에 개입하거나 특혜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확인 중이다. Y씨가 공동대표를 맡았던 한 건설사는 모 대학병원이 발주한 건물 리모델링 공사를 수주하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공사수주 과정에서 Y씨의 불법행위와 성 접대 등 뇌물제공 행위가 있었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원주=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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