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사에서 '국민검사청구제'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과 관련, 금융당국의 맞형 금융위원회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취지는 좋으나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금융정책 수립 기관인 금융위와 협의가 있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터뜨렸다는 것이다.
19일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취임하는 자리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내놓으려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국민검사청구제 도입은 너무 앞서간 면이 없지 않다"며 "금융위와 협의가 필요한 사항인데 전혀 없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전날 최 금감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조직을 확충하고 새로운 제도도 도입하겠다"며 '국민검사청구제도'도입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었다. 검사를 감독당국의 필요에 의해서만 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검사 여부를 판단하자'는 것이다.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감사원의 감사 청구제도를 차용하고 외부 위원회를 만들어 적절한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하지만 제도 도입은 금융위의 권한이어서 최 금감원장의 발언에 대해 금융위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실제 금융위는 최 금감원장의 발언 뒤 부랴부랴 금감원 측에 사실 파악을 하느라 어수선한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금융위 관계자는 "현행 금감원의 분쟁조정국, 민원조사실 등 민원처리 체계 내에서 고치겠다는 것인지, 완전히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며 "어느 쪽이든 금융위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도가 실제 도입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 금감원 위주의 검사ㆍ감독을 일반 국민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검사 청구가 있을 때마다 모두 해줘야 하는 것이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예컨대 은행 대출을 못 받았다는 이유로 민원인이 검사를 청구한다면 일일이 은행에 대한 검사를 해야 하는데,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 금감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소비자보호와 관련한 방향성만 제시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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