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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금한 어부의 반지 끼고... '가난한 즉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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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금한 어부의 반지 끼고... '가난한 즉위식'

입력
2013.03.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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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를 보호하는 사명을 다한 요셉 성인처럼 우리는 가난하고 약한 자를 위한 보호자가 돼야 합니다.”

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가 19일 오전 9시30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즉위 미사를 갖고 공식 취임했다. 교황은 이탈리아어로 행한 강론에서 이날이 성모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기리는 성 요셉 축일인 점을 감안, 봉사의 삶을 강조했다. 교황은 “보호자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파괴의 역사와 냉담한 마음이 찾아든다”며 “책임 있는 지위에 있는 이들이 보호자의 소명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바티칸에는 100만여명(교황청 추산)의 축하객이 운집해 2년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시복식(150만명) 이후 최대 인파가 모였다.

미사는 2006년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 즉위 때보다 1시간 가량 짧은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지붕 없는 전용차를 타고 광장을 돌며 신자들과 인사한 교황은 성 베드로 성당 지하에 있는 초대 교황 성 베드로의 무덤을 참배하는 것으로 즉위식을 시작했다. 이어 성당 앞 제단으로 이동, 교황의 권위를 상징하는 어부의 반지와 팔리움(미사용 제의에 걸치는 장식띠)을 착용하고 추기경 대표 6명의 충성 서약을 받은 뒤 미사를 집전했다.

BBC방송은 “순금 반지를 꼈던 전임 교황과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은반지를 택했다”고 전했다. 앞서 교황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시절 썼던 것과 흡사한 공식 문장을 공개했다.

즉위 미사에는 기독교계 사절단 33명을 비롯해 유대교, 이슬람교, 불교, 시크교, 자이나교 등의 대표가 참석해 종교 화합의 장을 연출했다. 그 가운데서도 그리스 정교회의 수장인 바르톨로뮤 1세 이스탄불 총대주교의 참석이 특히 뜻 깊었다. 터키에 본부를 둔 정교회 수장이 로마 가톨릭 수장인 교황의 취임 행사에 참석한 것은 1054년 기독교가 동서 교회로 분열된 이후 처음이다. 동서 교회의 화합을 상징하는 뜻에서 이날 미사 성가는 그리스어로 불렀다.

6개국 국왕, 31개국 대통령, 11개국 총리 등 130여개국을 대표하는 사절단이 제단 우측에 앉아 교황 즉위를 축하했다. 교황을 처음 배출한 중남미는 교황의 조국인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브라질, 칠레, 코스타리카, 멕시코, 파라과이 등 6개국 대통령을 포함한 대규모 대표단을 보냈다.

미국에서는 가톨릭 신자인 조 바이든 부통령이 참석했으며 유럽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의장, 호세 마누엘 바로소 EU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바티칸과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대만은 중국의 견제 속에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사절단을 이끌었다. 한국은 유진룡 문화관광부 장관을 대표로 파견했다. 독재와 인권탄압으로 악명 높은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도 미사에 참석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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