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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첫 10여년, 한국문학의 풍경 속속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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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첫 10여년, 한국문학의 풍경 속속들이

입력
2013.03.1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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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인 남진우(53)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두 권의 비평집을 동시에 펴냈다. 12년 만이다. 분량도 장대하다. 소설 비평을 묶은 와 시 평론을 모은 (모두 문학동네 발행)이 각각 552쪽, 480쪽. 들고 읽으려면 손목이 시큰하도록 묵직한 책들이지만, 책이 다루고 있는 작가들의 다채로움이나 작품을 분석하는 언어의 밀도에 비하면 책의 물리적 무게는 별 것 아닐지도 모르겠다. 21세기의 첫 10여년, 한국 문학의 풍경이 어떠했는지를 비평의 지적 언어와 시의 미적 언어가 한 몸을 이룬 문장들로 들려주는 이 책은 스스로 눈이 밝지 못하다고 자책하는 독자들에게 2차 텍스트 읽기의 고전적 즐거움과 보람을 줄 것이다. "비평만이 도달할 수 있는 시의 경지를 꿈꾼다"는 그를 18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만났다.

-정신분석학적 비평이 굉장히 많다.

"원래 내 비평세계의 중심이 이미지 분석, 그 중에서도 바슐라르의 물질적 상상력을 중심으로 한 분석이었는데, 점차 프로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모두 유년시절을 통해 존재의 뿌리를 찾는데, 바슐라르의 낙관론과는 다른 프로이트의 접근법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라캉, 지젝의 정신분석학이 유행했지만, 아마 문학작품 분석에서 이 정도 규모로 수행해낸 작업은 드문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작업이 비평적 재미, 발견의 재미를 준다."

-지난 10여년의 한국소설을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혼재향인 '헤테로토피아'라는 키워드로 분석했는데.

"내 비평적 입장을 얘기하자면, 시에서는 바슐라리언이고, 소설에서는 보르헤시언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본 최근 한국소설의 특징은 유토피아적 상상력의 상대적 퇴조와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의 만연, 그리고 헤테로토피아적 상상력의 대두로 요약될 수 있다. 기존의 목적론적이고 일직선적인 서사, 현실반영론 같은 틀에서 벗어난 작품들이 1990년대 중반 이후 쏟아져 나왔다. 책에서 분석한 천운영 편혜영 황정은 최제훈 외에도 박민규 천명관 김연수 김중혁 같은 작가들이다. 이들의 서사를 헤테로토피아라는 키워드로 볼 때 상당히 재미있는 착안점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쑤퉁, 마커스 주삭, 하루키 같은 외국 소설가 분석도 실렸다.

"이제 우리 평론가들도 한국문학만 다루기보다는 넘나들며 다뤄야 하지 않나 싶다. 앞으로도 쓰고 싶은 외국문학 텍스트가 있으면 계속 쓸 생각이다."

-세계문학이라는 구도 속에서 한국문학의 좌표는 어디쯤이라고 보나.

"정직하게 이야기해서, 한국문학은 세계문학에서 아직 존재가 없다. 중국, 일본문학과는 상당한 격차가 이미 벌어져 있고, 유럽 쪽에서의 관심 비중으로 본다면 베트남문학에도 밀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굉장히 비관적이다. 해외 독자들의 시선에 들어올 정도가 되는 작가들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초보적인, 한 걸음 뗀 수준이라고 본다."

-그 첫걸음을 뗀 작가가 부인인 신경숙인데, 한국 문학 비평의 한복판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비평가가 최근 10여년 간의 소설들을 망라해 다루면서 신경숙 챕터를 빼놓은 것은 비평적 태만 아닌가.

"태만이라기보다 근친성으로 인식될까봐 안 썼고….

-는 한국문학사에서 어떤 작품인지 꼭 말해달라. 신경숙의 대표작인가.

"그거야 물론 당연한 거고…. 우리 문학에서 그 작품이 어떻다는 걸 지금 와서 내가 얘기하기는 좀 어색할 것 같다.(웃음)

-해외에 진출한 작가들이 여럿 있는데, 그 성과를 어떻게 보나.

"냉정하게 보면 그쪽에서 반응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건 신경숙 하나일 것이다. 그것이 의미 있는 교두보를 형성했느냐 하면, 신경숙도 마찬가지로 '아직'이다. 맨아시아문학상을 받아서 괜찮은 출발이긴 했지만 이제 겨우 하나 냈을 뿐이다."

-책을 무려 12년 만에 묶었다.

"그렇게 된 줄 몰랐다. 이번에 묶으면서 내가 쓴 글들을 보니 비감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많이 살았고, 세상을 잘 알게 됐다고 믿었지만, 내가 써놓은 글을 보니까 청소년 때의 시점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10대 후반, 20대 초반에 읽었던 박완서 최인호 황석영 같은 작가들인 듯하다. 그들에 의해 내 문학 취향이 결정됐고, 그 연장선 상에서 그 이후 세대들의 작품을 보는 거다. 첫사랑에서 못 벗어나는 것 같다. 내 글들은 그 사랑의 고백이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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